연구개발비 소폭 늘렸지만… ‘개발비 자산화’ 비중 되레 축소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은 늘리고도 미래 성장을 위한 원천기술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17일 삼성전자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R&D)에 14억1113만8100만 원의 비용을 지출했다.13억7056만9500원을 투자했던 2015년 보다 2.95% 상승한 수치다. 2015년에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이후 16년만에 연구개발비를 축소시켜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해는 소폭 비용을 늘렸다.
주목할 점은 연구개발 비용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개발비 자산화’의 비중을 축소시킨 점이다. 지난해 개발비 자산화 비용은 전년 대비 3.52% 감소한 6809억6200만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개발비 자산화 규모는 2013년 4600억원에서 2014년 9400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2015년에는 1조1400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2015년 8.34%로 최근 5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 삼성전자가 개발비 자산화 비율을 매년 높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지난해는 오히려 축소됐다.
개발비 자산화는 연구개발비 중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무형자산은 미래 상품화 가능성이 있는 특허권이나 상표권 등 산업재산권과 인수ㆍ합병(M&A) 시 발생한 영업권 등을 포함한다. 무형자산 비중 확대는 상품화의 기초가 되는 원천기술을 그만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업이 미래 이익창출 능력 및 성장잠재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무형자산 확대는 당장의 비용 부담을 더는 장점이 있다. 개발비 자산화를 거친 무형자산은 당해 회계연도에 비용처리하지 하지 않고 수년에 걸쳐 상각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은 줄이면서 자산은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개발비 자산화 비중을 높인 것은 R&D 비용을 효과적으로 회계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는 하반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비중을 낮춘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발비 자산화 비중은 회계 처리 항목 중 하나일 뿐”이라며 “연구개발총액은 전년 대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