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ㆍ에릭슨 등 유럽 경쟁자들 비용ㆍ인력 줄이는 것과 대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가 된다는 목표와 함께 5세대(5G) 이동통신망 표준 기술 개발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휴대폰 네트워크에 대한 현대적 개념은 스웨덴 에릭슨이나 필란드 노키아 등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 통신장비 업체들에 의해서 정립됐다. 여기에 3G와 4G로 넘어가면서 퀄컴과 루센트 등 미국 기업들이 통신기술 표준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이동통신의 초점이 5G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화웨이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5G 관련 콘퍼런스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콘퍼런스에는 전세계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엔지니어들이 모였는데 회의 테이블마다 화웨이 소속 엔지니어가 있을 정도로 참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엔지니어는 “화웨이 참석 엔지니어 수는 다른 기업의 2배에 달했다”면서 “어디에나 엔지니어들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5G를 포함해 연구·개발(R&D)에만 약 8만 명의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미 매출 기준으로 스웨덴 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최대 무선통신장비업체로 부상했다. IHS마르키트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글로벌 무선통신장비 시장규모는 480억 달러에 달했으며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가 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초기에 서구권 국가들의 기술을 복제해 낮은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8만 명에 달하는 인력을 바탕으로 화웨이는 막대한 R&D 역량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고 WSJ는 강조했다.
특히 에릭슨과 노키아가 비용과 일자리를 줄이는 시점에서 화웨이의 과감한 행보는 5G 표준 기술 개발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게 한다. 에릭슨의 뵈르제 에크홀름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우리들은 휴대폰의 초기 성공에 너무 안주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안보 우려로 미국시장 진출이 차단된 상태이지만 세계 나머지 지역에서는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빈 회의가 끝난 후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5G 기술에 필수적인 특허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1987년 설립된 화웨이는 4G 표준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그널리서치그룹의 마이클 더랜던 컨설턴트는 “화웨이는 제로에서 시작해 4G 기술 표준화 과정 전반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화웨이는 노키아와 에릭슨이 포기한 스마트폰 제조에도 뛰어들어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약 757억 달러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노키아와 에릭슨이 각각 10%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