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흩어져야 산다”… 현대중공업, 4월부터 6개 독립회사로 쪼개진다

입력 2017-02-27 14:35수정 2017-02-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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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27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중공업)

조선업계 ‘맏형’ 현대중공업이 4월부터 6개 회사로 쪼개진다. 이로써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 신용도가 높아져 해외 수주에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영승계 작업의 일환’이란 지적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현대중공업은 27일 오전 울산시 한마음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 계획서 승인 안건을 원안 통과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조선ㆍ해양)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ㆍ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으로 인적분할된다. 지난해 12월 분할한 현대글로벌서비스(서비스 부문)와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그린에너지 부문)를 합치면 현대중공업은 6개사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이 2조1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핵심 사업부인 데다, 최근 수주 실적도 양호해 전망이 밝다. 임직원 수는 약 2600명이다.

그 다음 ‘알짜’는 현대건설기계가 꼽힌다. 2016년 매출은 2조1000억 원이며, 임직원 수는 약 1200명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 이어 국내 건설장비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ㆍ해양플랜트ㆍ엔진 등 존속 사업 부문은 변경 상장하고, 나머지 부문은 인적분할을 통해 3개 회사로 재상장할 계획”이라며 “재상장되는 현대중공업과 신설회사의 주식은 5월 10일부터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이 분사 결정을 내린 이유는 재무구조 개선 때문이다. 7조 원이 넘는 차입금 중 3조 원 이상을 분할되는 회사에 나눠 배정하면 ‘빚‘이 3조90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말 기준 106%에 달하던 부채비율 역시 95% 수준으로 낮아진다.

자구안 이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 분할로 현대중공업의 2만3000여 명 인력 중 20%에 달하는 4000 ~ 5000명은 신설되는 회사로 옮겨간다. 고용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소속은 현대중공업에서 각 분할 회사로 변경된다. 인력 구조조정 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4000여 명 인력 감축과 연봉 20% 삭감을 가정하면, 현대중공업은 9000억 원이 넘는 고정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블록딜을 통해 현대차와 KCC 지분을 팔아 3760억 원을 확보했다. 비핵심자산인 하이투자증권(예상 매각가 6000억 원)과 울산조선소 기숙사 등을 매각하면 1조1000억 원을 더 손에 쥐게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재무 안전성이 높아지면 조선업 불황이 지속해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신규 투자할 여력도 생긴다”며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 있다. 극단으로 치달은 노조와의 갈등을 어떻게 푸느냐는 것이다. 노조는 이번 분사가 고용 불안, 근로조건 저하, 노조 무력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주총장 현장에서도 분사안 가결을 두고 현대중공업 임직원은 노조 관계자와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회사 분할의 진짜 의도가 경영 효율화가 아니라 대주주 지분율을 높여 지배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모든 종업원의 고용과 퇴직금 등 처우를 승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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