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신밀월시대 속 美·中관계도 개선 조짐…黃대행체제 대외능력은 바닥
최근 한국을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빅3’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으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신(新)밀월’ 관계를 구축하고, 중국도 질세라 아시아를 축으로 세계경제 질서 주도권 잡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탄핵으로 국가 컨트롤타워마저 무너진 뒤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세계 기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의 본격적 출범은 그동안 짜인 세계 통상과 외교 질서를 재편하는 신호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는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됐다. 취임 직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천명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노골화하며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 속에 일본의 대응은 체계적이고 주효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인 시절에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양국 간 정상회담을 목표로 물밑 접촉을 강화했고 트럼프 정권 출범 3주 만에 그와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결실을 맺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아태지역에서의 일본 자위대 역할 확대와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더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위대한 동맹국인 일본과 100% 함께할 것”이라고 아베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중국과의 관계는 미묘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지만,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금기를 깬 전화 통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환율조작국 언급을 하면서 중국과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은 강했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기할 경우 필요하면 미국과 단교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미국에 강대강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미국 기업 제재나 미국 국채 매각 등의 경제보복에 나설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흘렸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목소리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3주 만에 극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는 것으로 돌아서면서 미중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빅3가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긴밀히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30분간의 전화 통화가 전부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대외적 능력이 바닥에 닿아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는 3월에 헌법재판소가 탄핵 재판에서 인용을 결정하면 최소 3개월간의 국가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세계 질서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