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 규모 자동차 전시회인 ‘제109회 시카고 오토쇼’가 막을 올렸다. 세계 40여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시카고 오토쇼는 미국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 9만3000㎡ 규모 전시장에서 11일(현지시간)부터 열흘간 열린다.
주목할 건 글로벌 자동차 업체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가 이번 시카고 오토쇼의 키워드가 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한 이후 유독 자동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통상 압박을 가하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요구한 탓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행사장 부스에 “나는 미국의 도요타입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웠다. 미국 공장 직원의 사진과 함께 “미국에 10개 공장 중 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총 2500만대 자동차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등의 글이 이어진다. 특정 차종이나 성능에 대한 홍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디트로이트 국제오토쇼는 전세계 미디어 및 업계 관계자가 방문객의 대부분이지만, 시카고 오토쇼는 미국 전역에서 소비자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때문에 미디어 이벤트에도 본사 경영진이 아닌 북미 담당 영업 임원이 참석한다. 또한 소개되는 차량도 픽업 트럭 등 현지에서 당장 인기있는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다소 지협적인 자동차쇼에 도요타는 일본 색을 뺀, 미국 기업으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출전한 것이다. 경쟁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가 픽업 트럭의 주행과 내구성을 어필하는 가운데서도 도요타 부스는 미국 메이커를 능가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닛산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픽업 트럭 ‘타이탄’ 발표 회장에서는 ‘아메리칸 타이탄’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하고 미시간에서 시험했으며, 미시시피에서 만든다”는 등 미국 6개주의 이름이 나열될 뿐 차량 성능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일본 자동차 빅2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트럼프 뿐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중서부 중산층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디트로이트는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5년 간 100억 달러의 투자를 표명한 만큼 시카고에서는 공장 노동자의 관점에서 공감을 얻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 사회 저변에서 적을 줄이자는 의미다.
행사에 참석한 도요타 미국 법인의 빌 페이 판매 담당 부사장은 “정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과 세제의 구체적인 정책이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또다른 압박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