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헤지펀드, 수익률은 ‘급실망’

입력 2017-01-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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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50개… 설정액 6조6500억 2배 증가’… 평균 수익률 1%도 안돼

지난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설정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익률은 그에 미치지 못해 양적 성장만큼 질적 성장을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0일 NH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전년(약 3조 원)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6조65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헤지펀드 운용사는 전년(15개)보다 4배 이상 급증한 67개에 달했다. 같은 기간 헤지펀드 개수는 42개에서 250개로 약 6배 확대됐다. 헤지펀드 시장 확대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진입 문턱이 크게 낮아진데 따른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이 1조937억 원으로 설정액 선두를 차지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5918억 원)과 타임폴리오(5843억 원), 안다자산운용(4281억 원), 흥국자산운용(3238억 원) 등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2015년 10월 25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일반사모펀드(투자대상 및 투자금액 제한 없음)와 헤지펀드(5억 원 이상 투자하는 개인 및 법인)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통합됐다. 기존 헤지펀드에 가입하려면 최소 5억 원의 투자금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최저 가입 한도(레버리지 200% 이하 1억원 이상, 200% 초과 3억 원 이상)가 1억 원으로 낮아지면서 기관과 법인에서 고소득 개인투자자까지 투자층이 확대됐다. 더불어 자본금 요건 완화(60억 원→20억 원)와 등록제 전환 등 헤지펀드 운용사 진입 규제가 개선돼 다양한 헤지펀드 상품이 대거 출시된 점도 헤지펀드 시장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토터스, 아울, 대덕, 수성 등 4개의 신규 운용사가 운용 시장에 새롭게 진출했고 18개 신규 헤지펀드가 설정됐다. 특히 채권담보 대출 기반으로 대출채권 등에 투자하는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플루토PDF’ 같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 설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전략별 헤지펀드 설정액은 과거 롱숏(Long·Short) 위주에서 탈피, 멀티-스트래티지(Multi-Strategy) 증가가 두드러졌고 채권·메자닌(Fixed Income·Mezzanine), 기업공개(IPO) 등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도 크게 증가했다.

다만 증권사의 헤지펀드 시장 진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NH투자증권과 토러스, 코리아에셋, 신영증권 등 4개 증권사가 헤지펀드를 설정하며 운용업에 진출했다.

절반이 조금 넘는 헤지펀드가 연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질적 측면에서는 부진했다는 평가다. 전체 250개의 헤지펀드 중 152개의 헤지펀드만이 지난해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올해에도 헤지펀드 수익률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탄핵절차와 대선 등 올해도 녹록지 않는 국내 정치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며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헤지펀드 수익률이 저조했다”며 “지난해 말부터 수익률이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도 큰 폭의 수익률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다만 올해 사모펀드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출시 예정인 만큼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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