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이미 내년 이후 긴축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지난 10월 언급한 ‘고압경제’를 둘러싼 연준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움직임이다.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옐런 의장은 대선 전에는 고압경제를 용인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물가가 오름세를 지속하거나 연준 목표인 2% 수준을 넘더라도 일시적으로 과열 경기를 용인해 금리인상에는 최대한 신중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요가 오랫동안 줄자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미루면서 공급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고압경제를 잘 활용하면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고, 급여 개선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매출도 증가해 설비 투자가 회복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옐런 의장이 고압경제를 의식해 완화 기조를 오래 끌고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의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는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 위주의 경기부양책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3~4%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게 트럼프 버전의 고압경제론이다.
이에 연준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연준의 금융정책은 물가와 달러 동향에 크게 좌우되는데, 만일 고압경제를 중시할 경우 연준은 내년 이후에도 금리인상에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재정 투입이 없는 경우에 비해 연준의 부담이 가벼워지므로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트럼프 효과로 달러 강세가 더욱 가파라지면 정치적 압력으로 금리인상을 주저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예방 차원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했는데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이 실패로 돌아가면 연준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와 옐런은 불협화음 속에서 고압경제라는 공통의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옐런이 연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트럼프와 협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