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팡팡] 차벽에 핀 꽃…“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입력 2016-11-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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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팡팡] 차벽에 핀 꽃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시위대가 대검을 꽂은 총을 든 군인에게 한 송이 꽃을 건네고, 대치 중인 군인의 섬뜩한 총구에도 꽃을 꽂습니다.

1960년대 미국 히피들의 반전시위, '플라워 무브먼트(Flower Movement)'.
사랑과 평화, 자유를 외친 이들의 시위를 상징한 것이 바로 '꽃'이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
역사적인 평화시위를 기록하고 있는 ‘박근혜 퇴진시위’ 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차벽을 꽃벽으로’
시위대를 막아선 경찰차가 꽃 스티커로 도배된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디지털 '플라워 무브먼트'. 누구 아이디어일까요?
미술가 이강훈 씨가 기획하고 예술 분야 크라우드펀딩 회사인 '세븐픽쳐스'가 함께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이 작가는 3차 촛불집회 때 시민들이 여기저기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을 보고 이에 착안해 ‘꽃 스티커’를 기획했습니다.

“시민의 기본권을 막는 차벽은 부당한 공권력을 상징합니다. 차벽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차벽에 꽃스티커를 붙이는 아이들이 평화를 지향하면서 저항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자랐으면 합니다“
-이강훈. 오마이뉴스 인터뷰 (11. 25)

물론 경찰버스에 스티커를 붙이는 일은 법을 어기는 일입니다. 공공기물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철성 경찰청장은 말했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말라'는 책이 있습니다. 때리는 것보다 스티커를 붙여주니 훨씬 좋네요. 일부러 무리해 떼지 않고 그냥 둘 것입니다"
-이철성 경찰청장

엊그제 5차 촛불집회에는 비교적 쉽게 떨어지는 꽃스티커 9만 장이 등장했습니다.
스티커를 비롯해 꽃 모양 포스트잇까지 10여 만 장이 순식간에 동이 났죠. 경찰차 30여 대가 꽃밭으로 변했습니다.

꽃 스티커를 붙이며 시민들은 의경에게 “수고한다” 한마디 건넵니다. 심지어 경찰들과 함께 ‘예쁜’ 꽃벽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도 하죠. 시위가 끝난 후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꽃 스티커를 떼는 의경들을 도와줍니다.

연약한 ‘촛불’이 모여 엄중한 목소리를 보여줬듯 아름다운 ‘꽃’이 모여 평화의 힘을 보여줍니다. 꽃벽 앞에선 ‘대한민국 국민’만 있을 뿐 어떤 주먹질도 어떤 욕설도 없습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함민복 시 '꽃' 중

우리 사회의 경계, 시련의 고비에 핀 꽃이 신뢰와 희망으로 나아가는 상징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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