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익 환경 악화 이유로 반발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으로 고전하는 자국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기업들에 임금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일하는 방식 개혁 실현회의에서 기본급 일률인상(베이스업) 실시를 촉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은 매년 봄 노사간 임금협상을 벌이는 ‘춘투’가 열린다. 특히 아베 총리가 집권하고 나서는 정부가 임금인상을 압박해 ‘관제 춘투’라는 용어도 생겼다.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으로 내년 관제 춘투는 4년째로 돌입하게 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베이스업은 일반적인 임금인상과 달리 기본급 자체를 올리기 때문에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커지게 된다. 아베 총리의 요구에도 기업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내년 3월 춘투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도 “회원사에 강력히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벌써 난색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 일본은행(BOJ)의 이차원 완화는 한계에 부딪혔고 다른 경기부양 즉효약도 처방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시원스럽지 않은 개인소비를 자극하고자 베이스업에 발을 디딘 총리의 모습에서 초조함도 엿볼수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수익 환경 악화를 들며 완강히 버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상장사들은 2016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4년 만에 순이익이 처음으로 감소했다. 작년까지 3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상황이 다르다.
파나소닉 등 대기업들은 내년 실적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엔고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내년 연결 순이익이 전년보다 33%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도요타의 이지치 다카히코 부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춘투와 관련해 “기업을 둘러싼 환경을 노동조합에 설명해 솔루션을 찾고 싶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한 대형 제조업체 임원은 “임금인상의 중요성은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디플레이션 탈피의 실마리를 기업에만 요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요구대로 임금을 올렸는데 기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정부를 성토한 것이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나 수입관세 인상 등을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오르는 등 외부환경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노조 측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 평균와 같은 수준의 월 기본급 3000엔(약 3만2000원) 인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