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E 조찬강연 “공급위주 경제정책 펴면 긍정적… 규제완화 주목”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좌교수는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을 예상치 못하고 허를 찔렸지만 일단 ‘대통령이 누구냐’에 대한 불확실성은 걷혔다”면서 “역사적으로 대선 당일 뉴욕증시가 오르면 향후 4년간 경제가 괜찮았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긍정적인 징후(sign)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손성원 교수는 10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IGE) 주최 ‘긴급진단 : 미국 새 행정부의 경제와 안보정책’ 조찬 포럼에 연사로 참여, 이같이 말했다.
손성원 교수는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Journal Of Economics)’ 통계를 인용, 대선 날 증시가 오른 경우 향후 경제가 좋았다면서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제45대 대통령 선거가 열려 당선자가 확정된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256.95포인트(1.40%) 상승한 1만8589.69로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3.70포인트(1.11%) 오른 2163.26, 나스닥지수는 57.58포인트(1.11%) 높은 5251.07을 기록하며 상승했다.
손성원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유세 과정에서 했던 막말이나 말바꾸기 등을 상기하며 “그렇지만 유세 중에 했던 발언대로 정책을 펼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트럼프는 정치 신인인 만큼 어떤 사람을 내각에 임명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마거릿 대처가 영국 총리가 되고 난 후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모두 경제가 좋아졌는데 이는 공급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면서 “트럼프 당선자도 공급 중심의 정책을 펼치면 얼마든지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고 봤다.
손 교수는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면 정보기술(IT) 등을 비롯해 각종 산업을 부흥해 (관련 수출을 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며 법인세를 인하하면 조세회피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애플 같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규제완화는 가장 반갑게 보고 있는 것인데 간밤 뉴욕증시에서 금융주가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규제는 너무 많은 비용을 들게 한다”고 진단했다. 규제완화로 금융 외에 덕을 볼 업종은 헬스케어와 에너지 분야 등을 꼽았다.
‘미국 중심주의’로 인한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 고립주의 고수 등은 다소 우려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트럼프 지지를 했던 많은 미국 저소득층, 특히 제조업 종사자들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가 되어 미국 경제 부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것이 미국의 6대 교역국인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꽤 있겠지만 우리 경제 스스로가 안고 있는 문제가 더 크고 트럼프 변수(Trump Factor)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중장기 대책보다 경기가 침체로 미끌어지지 않도록 단기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통화완화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옳지 않고, 오히려 거시경제가 자칫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심리 안정을 위한 적극적이고 신속한 금리인하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심리를 개선해야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곧바로 일본은행(BOJ) 총재를 바꾸고 세 차례의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나선 것은 경제에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에 연연할 필요없이, 그리고 0.25%포인트씩 찔끔찔끔 금리를 인하해 총알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한 번에 0.5%P씩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함께 연사로 나선 북한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수석 부소장은 “새 미국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예상하기 어렵지만 어떤 사람을 내각에 기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놀랜드 PIIE 수석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정치 경험이 없고 전통적인 공화당 내 외교 및 안보 인사들과의 교류도 거의 없으며 이 때문에 완전히 다른 인사들을 기용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 조지 W. 부시 정부 때 유엔(UN)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존 볼튼과 사모펀드 운용자인 헨리 크래비스까지 아주 다양한 인물이 재무장관 후보자로 얘기되고 있고, 국무장관 후보로는 트럼프의 외교안보 자문역을 맡았던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통상 문제의 수장이랄 수 있는 미국통상대표부(USTR) 대표는 거론도 안 되고 있는데 이런 중요한 자리에 누가 임명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역과 관련해서도 “중국과 멕시코 등에 징벌적인 관세를 물리겠다는 발언이 현실화하면 세계무역기구(WTO) 위반 여지가 있고, 특히 나프타(NAFTA)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지하겠다고까지 언급했던 만큼 부분적인 재협상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은 중국에 더 신경을 쓰고 문제를 삼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관계가 악화되면 이 불똥이 한국에 튈 수도 있다고 봤다.
대(對)북한 관계와 관련해선 불확실성이 큰 편인 것으로 진단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암살할지,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를 할지 아주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며 “그의 발언이 두서가 없었던 만큼 이 역시 누가 대북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임명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