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누르고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가 역설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비롯해 통화정책 등이 한국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9일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194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은 1150원대로 20원 넘게 급등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날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 내용도 이 같은 우려감이 표출됐다. 최 차관은“오늘 미국 대선을 시작으로, 연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대외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이 각종 정책을 통해 한국경제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외국인의 자금 이탈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우려된다. 이날 외국인은 국내 주식 현물시장에서 2142억원어치를 팔았고, 선물시장에서는 78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것이란 시각이다.
추가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가격 과열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땐 국내 외국인 자금의 이탈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가뜩이나 미국은 지난 10월 의회에 제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할 정도로 감시대상국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원화의 절상ㆍ절하를 모두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해 투명성 제고를 권고했다. 이러한 근거를 통해 미국이 한국의 환율정책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미국의 통상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하며 전면 개정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58억 달러(약 29조원)로 한미 FTA 체결 이후 크게 늘었다. 한미 FTA가 수술대에 오르면 미국은 자국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보호장치를 들고 나올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미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강하게 주장하는 주한미군의 100% 비용 요구도 어려운 한국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이 경우 한국은 연간 약 2조원에 달하는 주한미군 비용을 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어 오후에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10일 오전에는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잇따라 열고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