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희진’ 막을 K-OTC 활성화, 정부에 달렸다

입력 2016-11-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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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비상장기업 주식 거래를 위한 장외주식시장 K-OTC가 출범 2년을 맞이한 지난 8월, 장외주식 관련 허위정보를 이용해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를 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사건이 터졌다.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장외주식 투자자들을 제도권 내 시장으로 유인해 투명한 거래 문화를 정착하고자 한 K-OTC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희진 사건이 화제가 되며 장외주식시장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OTC에서 비상장주식 거래 시 양도세 면제를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세제 혜택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정부 당국 간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플랜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과 재정당국 두 정부부처 간 주도권 선점도 제도 개선의 걸림돌이지만 무엇보다 업계와 달리 정부 관계자들은 비상장기업과 이에 투자하는 장외주식 투자자 보호 필요성에 대해 다소 느슨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당국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등 현 제도권 주식시장의 활성화와 거래 안전성, 투자자 보호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세제 혜택과 증권신고서 제출 면제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장외주식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금융투자 업계의 입장과는 온도차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희진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금융투자 업계는 정부에 K-OTC 활성화 방안들을 수차례 요청했다. 제도권 내 장외주식시장을 마련한 만큼 시장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의견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하지만 이희진 사태가 터진 후에야 금융당국은 업계의 요청에 응답했다.

업계가 제시한 사항은 양도소득세 면제와 제한적인 종목 수 확대 등이다. 상장주식과 달리 비상장주식은 거래세(현행 0.5%) 외에 시세차익에 대한 10%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한 K-OTC에서 거래 가능한 기업은 비공식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약 1만 개 기업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 관련 규제가 있어 공모실적(50인 이상 일반인 대상 신주발행 및 구주매출)이 있는 법인만 K-OTC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일 비상장기업이 K-OTC에서 거래할 경우 이는 바로 공모실적으로 간주돼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비용적 측면에서나 투자 다양성 및 기업 편의 측면에서나 굳이 K-OTC에서 거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이희진 사건이 오히려 적기에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K-OTC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한 시점이었고 더 미뤄지면 사실상 K-OTC 폐쇄까지 고려해야 하는 위기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장외주식 투자자들은 사설 중개사이트에서 잘못된 투자정보에 노출돼 있다. K-OTC 시장이 더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가 가능한 시장이 돼야 하는 이유다. 이희진 사건으로 현 장외주식시장의 한계와 문제점을 인지한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안을 신속히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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