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조선 몰락의 원인을 철저하게 제도적인 측면에서 찾고 있다. 우선 저자의 연구 결과를 요약한다. “나는 조선의 제도를 연구하면서 제도의 논의가 조선뿐 아니라 현대의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조선에 대해 분석했듯이 우리 후손들도 현대를 분석할 때 폐쇄적인 제도 때문에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이런 결론은 가능성이 아니라 진실에 가깝다. 따라서 이 책은 역사 연구에서 나온 현대 한국의 진로를 제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모두 14개 장으로 구성된 소제목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조선은 왜 가난했을까 △제도가 만든 경제성장의 차이 △조선 초기의 제도 △포용적 정치제도 △조선의 유교화 △지식의 국가 독점 △통치의 기반 관료제와 양반 △착취적 신분제도의 대명사 △노비제도 △폐쇄적 정치제도 △상공업을 억제한 조선 △현대국가를 일깨우는 조선의 외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연구 결과는 이렇게 압축할 수 있다. “조선의 제도는 폐쇄적이고 착취적인 성격이 뚜렷했다. 사농공상의 신분제, 양반 관료들의 특권, 착취적 지방 행정, 착취적 조세제도는 말할 것도 없고, 병역제도와 환곡 등의 복지제도까지 착취적으로 운영되었다.” 경제학의 한 분파인 신제도학파의 성장이론은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초기의 역동성을 점점 상실해 가고 있다. 공적 부분은 날로 커지고 있고, 나랏돈에 기대어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무엇인가를 새로 하기에는 방해물이 너무 많다. 제도권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제도의 유연화 작업에 극렬하게 반항하는 실정이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가 조선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피력한다. “나는 조선의 제도를 연구하면서 제도의 논의가 조선뿐 아니라 현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폐쇄적이고 착취적인 제도의 문제가 결코 조선에 국한된 논의가 아니라 현대에도 적용되는 유효한 관점인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시대를 넘어서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이 복잡하거나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다. 쉽고 편안하게 살아가려는 마음만 접으면 된다. 제도 개혁에 따르는 고통을 치르더라도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이며 역동적인 제도 개혁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