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물’이야? ‘아리수’야?… 제멋대로된 수돗물 브랜드

입력 2016-11-01 16:10수정 2016-11-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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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물’은 대한민국 수돗물을 부르는 새로운 이름입니다.”

1일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선 우리나라 수돗물의 새로운 브랜드 ‘착한물’ 홍보 행사가 열렸다. 전국 특별·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상수도사업본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수돗물 품질관리와 정보제공 등을 위해 발족한 수돗물홍보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수돗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다.

▲대한민국 수돗물의 새 이름을 '착한물'이라고 부르는 수돗물홍보협의회. 위는 수돗물홍보협의회 홈페이지, 아래는 '착한물 캠페인'의 안내책자에서 발췌.(김정웅 기자 @cogito)

협의회는 ‘착한물 캠페인’ 홍보책자에서 대한민국 수돗물을 부르는 새로운 이름으로 ‘착한물’이라고 규정하고, 협의회 홈페이지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번 행사 곳곳에서도 ‘착한물’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안내책자 등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에서 홍보 책자를 본 서울시민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수돗물 브랜드가 ‘아리수’ 아닌가?”라고 묻는 시민들도 많았다. 사실 서울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리수’를 수돗물 브랜드로 확정하고, 시민들에게 적극 홍보해 왔다. 다른 지자체들도 각각 수돗물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인천시는 ‘미추홀참물’, 부산시는 ‘순수365’ 등이다.

홍보업계 전문가 한국CCO클럽 정상국 회장은 “지자체별로 수돗물 브랜드를 모두 존속시키며 ‘착한물’이라는 브랜드를 따로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차라리 ‘마더 브랜드’ 방식으로 ‘착한물 아리수’, ‘착한물 미추홀참물’ 같이 ‘착한물’이라는 이름하에 산하브랜드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체 상품의 브랜드 신뢰도를 관리하면 몰라도, 현재처럼 전체 브랜드와 개별 브랜드가 따로 있는 상황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홍보업계 관계자는 “수돗물은 지역별로 품질 격차가 크지 않은 동질적인 재화인데, 각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는 건가 의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돗물홍보협의회가 주관한 '착한물 캠페인'이 1일 서울시 창천동 차없는거리에서 열렸다.(김정웅 기자 cogito@)

행사는 ‘자전거 스텝퍼 게임’, ‘수돗물 빨리 마시기 대회’, ‘수돗물 칵테일쇼’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 중 ‘자전거 스텝퍼 게임’은 자전거 페달을 밟는 미니게임으로 수돗물과는 직접적으로 큰 관련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비교적 수돗물과 관련이 높았던 ‘수돗물 빨리 마시기 대회’와 ‘수돗물 칵테일쇼’ 역시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근처를 지나던 한 시민은 “저런 걸 한다고 해서 딱히 수돗물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는다”며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수돗물홍보협의회 측은 이번 행사 진행에 약 10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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