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에 앞서 한국은행이 환시 개입을 줄이고, 국제통화기금(IMF)에 FX포워드 순매도 포지션 보고를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 7ㆍ8월 환율 폭락에도 환시 개입은 되레 줄어 = 19일 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7월 FX포워드 순매수 포지션은 448억9600만 달러로 전달 대비 13억3500만 달러 늘었다. 이어 8월에는 480억3700만 달러로 31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통상 FX포워드 순매수 포지션이 늘었다는 것은 선물환 매입을 했다는 의미로 스와프시장에서 셀앤바이(sell & buy), 현물환시장에서 바이 포지션을 취하게 된다. 결국 이 같은 포지션은 원ㆍ달러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를 달리 해석할 때 현물환시장에서 매수 개입을 하고, 이를 스와프을 통해 헤지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포워드 개입에 해당한다.
이처럼 7~9월 FX포워드 순매수 포지션이 늘어난 것은 한은이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일정부분 환시 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7월 평균 원ㆍ달러 환율은 1141.70원으로 전달 대비 26.66원 내렸고, 8월은 1111.42원으로 30.28원의 큰 낙폭을 보였다.
다만, 과거 비슷한 규모의 환율 변동이 나타났을 때의 순매수 규모에 비해서는 대폭 축소됐다. 지난 2014년 4월 원ㆍ달러 평균 환율은 전달 대비 27.94원 하락한 1042.75원을 기록했다. 이때 FX포워드 순매수 포지션은 전달 대비 14억5300만 달러 늘어난 470억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5월 평균 환율 역시 전달 대비 18.76원 하락하자, FX포워드 순매수 포지션은 무려 76억400만 달러 증가했다. 올해 7~8월 수준과 비교할 때 2배 이상의 환시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환율 조작국에 걸릴까 봐 노심초사한 한은이 환시 개입 강도를 대폭 줄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IMF 보고는 늦게 = 아울러 한은은 7~8월 FX순매수 포지션을 지난주 중 IMF 측에 알렸다. 때문에 IMF 측은 10월 15일(현지시각)이나 돼서 7~8월 우리나라의 FX순매수 포지션을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타 국가는 이미 2~3개월 전에 업데이트 된 상황이었다.
이는 공교롭게도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 시기와 맞물린다. 앞서 하루 전인 14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를 발표해 우리나라를 지난 4월에 이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통상 미국 재무부에서는 보고서 발표 날짜만 미리 알려줄 뿐, 환율 조작국 등의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 뒤 “한은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적당하지 않기 위해 FX포워드 순매수 포지션을 늑장 고시하는 수법을 쓴 것 같다. 지난 8월 환율 추락에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가 수차례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IMF 내 보고시스템이 이메일 통보에서 직접 입력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한은 측 관계자가 교체돼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다만, 통계청 사이트 등에서 여러 차례 업데이트 되고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