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도 최선을 다했고 정부도 많은 고민을 했기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라는 결과를 두고 억울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물류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입을 열었다.
조 회장은 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행과 물류 대란 사태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10월 말까지는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식 사과했다.
특히 "수출 대부분의 의존도가 해운에 의해서 이뤄지는 만큼 해운산업은 한국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간산업"이라며 "한진그룹이 지난 40년간 세계 7위, 태평양 노선에서는 3위까지 올라간 한진해운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지 못하고 네트워크, 영업권 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굉장히 후회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막기 위해 한진그룹은 2014년 한진해운 인수 이후 2조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하며 부채비율을 1400%에서 800%대로 낮췄고 4분기 동안 영업이익 달성했으나 많게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은 외국 선사들의 저가 물량 공세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해명했다.
한진해운 인수와 관련해서는 "당시에는 한진해운은 대한항공과 같은 물류 사업이고, 한진해운의 영업권이나 경쟁력이 있어 불황을 탈피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며 "정부의 압력보다는 제안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정부와 한진해운 지원 관련 협상이 불가능했냐는 질문에는 "한진해운에 대한 설명을 통해 지원과 협조를 부탁했지만 우리가 설득에 실패했다"라며 "이는 정부 나름대로의 기준과 원칙이 있었다고 보지만 해운업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법정관리행을 막기 위해 좀 더 빨리 대응할 수 없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자산을 ㈜한진 등에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음에도 유동성 문제가 큰 원인이었다"면서 "거대 자금력을 가진 해외 거대 선사들과의 출혈 경쟁에서 살아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무형자산 인수설에 대해서는 "영업망 등 무형자산을 딴 기업이 공유한다고 해서 그대로 보존된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한진해운이 대형 선사들과의 치킨게임에서 무너졌지만 빠른 시일 내에 회생시키면 이들 무형자산을 보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조 회장 사재 400억 원, 대한항공 사내유보금 600억 원 등 총 1000억 원을 지원했다. 이 날 조 회장은 추가적으로 사재 출연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조건에 따라 추가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