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영란법에 대기업 ‘갑질’까지 ‘사면초가’… 소상공인들 살게 해 달라”

입력 2016-09-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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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최근 김영란법 시행에도 유통 대기업들의 여전한 갑질 관행으로 소상공인 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들을 위해 대기업들의 상생 노력과 정부 정책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최 회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소상공인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약 700만 명이 넘는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지난해 법정단체로 야심차게 출범한 소상공인연합회다. 골목 상권을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하고 있는 대기업들에 대항해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최근 소상공인들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 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김영란법 시행과 연계해 납품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갑질’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어려워지는 판국에 대기업들의 비상식적인 압박이 이어지면서 소상공인들은 허탈감을 나타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초대 수장으로 올라 활발한 대(對) 정부·국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승재 회장을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8일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됐다.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벌써 현실화되고 있을 것 같다. 현장 소상공인들의 김영란법 관련 피해와 분위기는 어떤지 듣고 싶다.

“김영란법과 관련해 사회를 투명하게 하자는 데는 전 국민이 공감하지만, 지금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현실만 봐도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올해 각종 통계치에서 소상공인들의 생존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은 소상공인, 농민들이 피해를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을 감안하지 않고 법을 밀어붙인 거다. 일부에선 고급 한정식당은 매출이 줄고, 비교적 저렴한 김치찌개 집이 활황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이 김영란법 위반을 우려해 만남을 자제하게 되고, 전반적으로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가중될 것이다. 특히, 화환·외식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소상공인들은 앞날을 암울하게 보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임에도 여전히 대기업들의 횡포가 심하다고 들었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단체 중에 계란유통협회가 있다. 24개짜리 달걀 한 판의 원가는 4500원이다. 대형마트에서는 보통 달걀을 미끼 상품으로 많이 사용한다. 이번 추석에도 모 대형마트가 계란을 미끼 상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납품을 받았는데, A납품업체에 원가 4500원보다 훨씬 낮은 2000원, 1000원으로 공급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라는 것이다. A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신선식품인 달걀을 묵힐 수도 없고, 대형마트와의 장기적인 계약 관계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것이다. A납품업체는 결국 이번 추석에 엄청난 적자를 봤다. 또한,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가격 상한선이 5만 원으로 정해졌는데, 상당수 유통 대기업들은 자사의 유통 마진은 확보한 상태에서 소상공인들에게 일정 금액 이하로 납품하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소상공인들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후려칠 때 소상공인들에게 자의로 가격을 할인했다는 자필 사인까지 받는 최악의 경우도 있다. 김영란법의 취지가 투명 사회를 만들자는 건데, 결국 대기업들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고 소상공인만 피해를 뒤집어 쓰는 경우다.”

△김영란법과 관련한 대기업들의 갑질 이전에도 소상공인들에게 대기업들은 언제나 위협적인 존재였다. 소상공인연합회장으로서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을 텐데, 대기업들에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 같다.

“오늘(2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이 결국 기각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롯데는 여러 대기업 중에서도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공격적이어서 충돌이 많았다. 법을 통해 대형마트에 지역 소상공인들과 상생, 소통하라고 했지만, 법의 틈새를 이용해 기업형슈퍼마켓(SSM)과 편의점을 늘렸고 대형마트를 통해서는 납품 단가를 후려친다. 대기업 중에서도 대표적인 갑질 기업이다. 이렇게 악착같이 돈을 벌었으면 국가경제에 일익을 담당하든지, 정 안 되면 오너 일가가 건전하게 돈을 써야 했는데, 지금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나온 결과들을 보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차원에서 앞서 롯데 불매운동까지 진행했던 이유다. 하지만, 롯데가 내수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면적인 불매 운동으로까지는 확산되지 못했다. 당시 롯데는 교묘한 마케팅으로 일시적인 단가 인하 등의 당근책을 병행하며, 소상공인들의 결집을 방해한 바 있다. 다만, 불매 운동이라는 퍼포먼스는 롯데라는 기업의 부정적인 모습을 각인시키는 데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 측에 부탁한다. 소상공인들과 소통 좀 해달라. 지금까지 롯데는 소상공인연합회와 단 한 번의 대화도 하지 않았다. 소상공인들의 얘기를 좀 듣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소상공인들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때문에 여러 문제점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적인 조치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국내 소상공인 정책에서 어떤 점이 아쉬운지 듣고 싶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들을 대변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속해 있는 소상공인들이 힘든 부분이 있다면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한번 해봐. 좋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만 한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현장을 모른다. 현장을 모르면 최소한 공정한 룰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최근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대기업들을 보면 국민 혈세가 들어간 공적자금으로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작은 소기업, 소상공인들은 똑같이 지원하지 않는다. 알아서 노력을 하라는데, 실질적으로 국가 조달 시장에 소상공인들이 들어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렵고 복잡한 과정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하남에 신세계가 ‘스타필드 하남’을 설립했는데, 한 매장이 거둬들이는 매출이 1조 원이라더라. 1조 원은 소상공인 약 9000곳의 매출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역 상권에서 그만큼의 수요가 대기업으로 옮겨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역 소상공인들은 그냥 폐업을 해야 하나. 사회보장제도도 부족해 폐업하는 순간 소상공인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하는데 딸린 식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문제를 해소할 정책적인 부분이 없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갈등은 동반성장과 상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최근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동반위 중소기업 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문제점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

“민간기구인 동반위의 한계는 이해한다. 하지만, 적어도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이해 당사자들이 대화를 하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고 있다. 현재 동반위 회의는 비공개로 이뤄지는데 이를 굳이 비공개로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회의 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반위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감에서 LG유플러스, 두산중공업이 과징금 부과 전력이 있음에도 동반성장 포상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도 한 사례다. 과연 국민들이 해당 기업들이 동반성장을 잘했다고 납득할 수 있을까. 잘한 것은 잘했다고, 못한 것은 못한다고 확실히 말해야 한다. 잘한 것만 포장하면 효과가 없다. 또한, 동반위는 이해 당사자들 간 협의를 붙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본인들이 심판관 노릇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마땅한 무기(법적제재)도 없는데 나서기만 한다면, 갈등만 커지는 사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상생은 진솔해야 하고, 진솔하려면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동반위가 생각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향후 소상공인연합회의 활동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상공인연합회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법정단체다. 그동안 소상공인들은 법정단체가 아니어서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소상공인연합회에 많은 요청이 들어온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대기업, 정부와 최소한 협상과 타협을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단체가 튼튼해져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소상공인연합회가 해야 하는 역할에 비해 정부 예산 지원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존재감이 묻혀 버리면 단순히 단체 하나가 힘을 잃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고착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소상공인 정책을 제대로 펼쳤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요소가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해 법정단체로 출범한 소상공인연합회의 초대 수장이 된 최승재 회장은 소상공인 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인물이다. PC방 사장으로 시작해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중앙회 이사까지 역임하며 업계, 정부, 정치권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2012년 중소기업 규제개혁 옴부즈맨을 맡으면서 중소기업계 규제 발굴에도 기여하고 있고, 2013년부터는 소상공인살리기운동본부 대표를 맡아 소상공인 업계의 애로 해소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네이버에서 500억 원을 출연받아 온라인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위원으로 활동하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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