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1부 차장
정유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중국에서 생산되는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품질 기준이 우리나라와 같은 레벨5 수준으로 강화된다고 한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황 함유량 규제 기준은 50ppm 이하이지만, 내년 1월부터는 10ppm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는 10ppm으로 이는 거의 무황 수준을 말하며 세계에서 가장 낮다.
그동안 중국의 황 함유량 기준이 국내보다 높아 통관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내년부터는 얼마든지 수입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산 경유가 국내에 수입되면 가격경쟁력을 통해 내수시장을 위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유 수출이 국내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로 수익이 아닌 무조건 수출에 목적이 있다는 점도 지목된다. 중국은 2013년까지 국내 정유업체들이 휘발유와 경유를 내다 팔던 시장이다. 그러나 자체적인 정제 역량을 꾸준히 키워 2014년 3월에는 석유제품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정제설비 확충으로 석유제품 생산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수요가 줄면서 중국 정부는 수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년 대비 22.4% 증가한 3760만 톤이다. 특히 국내 수출 품목으로 떠오른 경유를 보면 2014년과 2015년 수요 증가율이 전년 대비 1% 미만으로 중국 내 경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중국 경유 시장이 포화 상태이고 가격 결정에 있어 정부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중국 경제 특성을 반영하면, 일체의 마진을 포기하고 수출에 나서는 등의 예상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산 경유는 이미 아시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과 대만을 제치고 한국·싱가포르·인도에 이어 아시아 4위 경유 수출국에 올랐다. 같은 해 3월 아시아 지역 내 중국의 경유 점유율은 4%였지만, 12월에는 12%까지 늘어났다. 중국의 경유 수출 물량은 그해 상반기 하루 8만 배럴에서 21만 배럴로 증가했다. 중국산 경유의 저가 공세가 강화되면 우리나라는 해외 시장도 내줄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국내 내수 시장이 공급과잉 상황이고 국내 정유사들이 시장을 확고히 장악한데다 환율과 운송비 등을 고려하면 중국산 경유라 해도 가격이 낮지 않아 영향력이 미미하리란 시각도 일부 있다. 그렇다고 상황을 낙관만 하고 있다가는 국내 정유업도 조선과 철강의 전철을 따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중국산 경유가 수입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정유업계는 중국의 거센 공세를 견딜 수 있는 대책을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