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와 함께하는 주식투자] 투자는 사고파는 기술이 아니다

입력 2016-09-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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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팔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왜 큰돈을 못 벌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들의 가치를 측정하기보다 주가의 움직임에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조금만 올라도 주가가 언제 방향을 바꿀지 몰라 불안해하며 얼른 팔아버린다. 또 조금만 떨어지면 더 떨어질까 걱정한 나머지 손절매라는 이름으로 매도한다. 잠시도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주가 움직임에 따라 일희일비한다. 손해를 보며 주식을 팔았다면 얼른 다른 주식을 사서 만회하려고 하고,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내고 팔았다면 그 기세를 이어가려고 금세 다른 주식을 산다.

모니터 앞을 지키고 앉아 주가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감정을 이입하는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진다. 그래서 미래의 주가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보게 된다. 사려고 마음먹은 주식이 있다면 모든 신호가 앞으로 오를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 신호를 믿고 매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신호가 하락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한 기업의 주인이 되었다는 뿌듯함은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올라도 불안하고 내려도 불안한 마음뿐이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수수료와 세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주식은 증권사를 통해 매매하기 때문에 그 대가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주가가 하락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사고파는 행위만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주식이 살 때 가격보다 떨어져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도 매도 수수료와 거래세가 부과된다. 즉 이 두 가지는 매매가 성사되면 무조건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라도 돈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주식 투자가 항상 불안한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지표로 매 순간 검증해야 하는 고된 일도 아니다. 그냥 시간이 내 편임을 믿고 묵묵히 기다리면 된다. 나의 투자 철학은 증권이라는 종이를 사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일부분을 소유한다는 것에 있다. 쉽게 말해 주식을 고르는 것은 나의 동업자를 구하는 일과 비슷하다. 회사의 장래와 전략을 보고 동업을 할 만한가를 판단하는 것과 같이, 장기적 성장성을 보고 주식을 고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동업자의 마음으로 그 기업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투자한 회사들의 본질적 가치는 며칠 혹은 몇 달 만에 바뀌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 가격만 변동될 뿐이지 나의 동업자, 내가 선택한 회사가 달라진 것이 아니기에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주식 투자 성공을 위해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능력, 매수·매도 타이밍을 맞추는 기술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이야말로 주식 투자가 위험해지는 이유다. 주식을 사고파는 비율을 회전율이라고 하는데, 내가 코리아펀드를 운용한 15년간의 회전율은 연간 15%를 넘지 않았다. 다시 말해 한 번 주식을 사면 7~8년 이상 보유했다. 나는 어떤 주식을 갖고 있을 때 주가가 하락하면 오히려 매수하기 좋은 기회로 여긴다. 주식 투자를 하는 목적은 오랜 기간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함이지, 단기적으로 10~20%를 벌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동업을 한다면 뚜렷한 이유를 가지고 시작할 것이다. 이처럼 주식을 살 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팔 때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무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했다든지, 회사가 투자를 결정하던 당시의 생각과 다르게 경영되거나 더 좋은 투자 대상을 위해 할 수 없이 팔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

투자자로서 혹은 동업자로서 매수·매도 타이밍을 알아내려는 노력을 하기 이전에 내가 투자한 종목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투자는 사고파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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