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바다위에 떠도는 선박 70여척, 미국 철도회사 이미 운송 거부
한진해운 컨테이너 선박들이 미국 롱비치항에서는 하역작업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제 2의 물류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항구에서 하역된 화물 중 일부는 육지로 운송돼야 하는 데 이들을 실어나를 철도 회사들은 한진해운 화물 수송을 거부한 상태며, 미국 외에 다른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인 70여척의 선박에 실린 수십만 개의 컨테이너 박스들도 문제다.
미국 법원이 10일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 신청을 승인하면서 11일부터 미국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인 한진 그리스호ㆍ한진 보스턴호ㆍ한진 정일호ㆍ한진 그디니아호 등 선박 5척이 차례로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을 재개했다. 한진해운은 5척의 선박에서 화물을 내리기 위해 약 1800만달러(한화 약 200억원)를 미국 측에 송금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총 22척이다. 나머지 선박 75척은 부산(광양·36척), 싱가포르(21척), 미국 롱비치(5척)·시애틀(3척)·뉴욕(3척), 독일 함부르크(3척), 스페인 알헤시라스(5척), 멕시코 만젤리노(1척) 등 거점항만 인근에 대기 중이다.
이 중 국내 항만으로 복귀하도록 유도할 36척을 제외하면 선적화물의 하역 정상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컨테이너 선박은 총 41척이라고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한진해운 배들은 미국을 비롯해 스테이오더가 발효된 일본, 영국에는 압류 우려 없이 입항할 수 있다. 그러나 하역 협상을 완료한 미국 내 5척을 제외하고는 70여척에 대한 하역비 문제가 남아 있어 실제 짐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 선박에서 짐을 모두 내리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물류대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미국 전체가 물류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전해진 이후 미국 내 철도 및 트럭킹 회사들은 운송비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한진해운 화물의 내륙 수송을 거부한다고 선언한 상태다. 롱비치 항에서내린 한진해운 물량 중 철도를 통해 수송돼야 하는 30% 정도는 또 다시 운송 길이 막혔다.
게다가 화주가 하역된 물건을 찾으려면 이미 부담한 내륙 운송비를 추가로 더 내야 하는 이중 부담이 생겼다. 설상가상으로 화주가 내륙 운송비를 부담한다 해도 물건을 내린 빈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문제도 있어 물류대란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물류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자금 확보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 대한항공 이사회가 지난 8일부터 사흘간의 장고 끝에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 방안을 최종 결정했지만, 실행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내 법원이 한진해운이 보유 중인 해외터미널(롱비치 터미널 등) 지분에 대한 추가 담보를 승인할지도 불확실하다.
물류피해 규모 역시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9일 오전 기준 수출업체 피해신고 건수는 329건, 피해금액은 1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6일까지 집계된 피해금액 4000만 달러보다 3일만에 3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