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만 하역 재개…대한항공 600억 지원도 불투명
한진해운 선박들이 미국 항만에 짐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여전히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어 물류대란이 소강국면에 접어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원이 10일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스테이오더 신청을 승인하면서 11일부터 미국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인 한진 그리스호ㆍ한진 보스턴호ㆍ한진 정일호ㆍ한진 그디니아호 등 선박 4척이 차례로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정부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총 20척이다. 국내 항만에 10척, 중국ㆍ베트남ㆍ중동 등 해외 항만에 10척이 하역을 완료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미 법원으로부터 스테이오더 승인을 받는데 성공한 만큼 전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번주 중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 스테이오더를 신청할 예정이다. 또 앞서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도 지난 5일 압류강제집행 금지명령을 내렸고 영국은 지난 6일 스테이오더를 발효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미국 등 가장 큰 시장에서 선박 압류 문제를 해소했다 하더라도 다른 선박 수십 척의 하역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채권단과 정부가 추가 지원은 절대 없다고 못박은 상황에서 대한항공 이사회가 사흘간의 장고 끝에 한진해운에 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실행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 측은 10일 "대한항공 이사회는 한진해운 600억원 지원과 관련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다"며 "자금 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해 선 지원 후 담보로 즉시 징행하고자 했으나 배임으로 인한 법적 문제, 채권회수 가능성 등의 문제로 롱비치터미널의 담보를 선 취득한 후 한진해운에 대여하는 조건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54%을 가지고 있으나 담보 대출 중인 6개 해외 금융기관 및 또 다른 대주주인 MSC(46% 지분) 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쉽지 않으나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즉 '선담보 후지원' 조건이 붙어 최종적으로 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또 국내 법원이 한진해운이 보유 중인 지분에 대한 추가 담보를 승인할지도 불확실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약속한 400억원 사재출연도 늦어도 13일까지는 집행될 예정이지만 한진그룹의 총 지원규모인 1000억원으로는 전 세계에 묶여 있는 짐들을 하역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금액이다.
법원은 바다에 떠 있는 선박을 항만에 정박시켜 하역 작업을 하는데 17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7척 중 41척의 발이 묶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시라도 빨리 한진해운에 자금이 지원돼야 하는 상황에서 한진그룹의 담보 확보 후 자금 지원이 이뤄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그 금액 조차도 부족하다"라며 "이 기간동안 피해는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