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2017년 예산안 중 가장 방점이 찍힌 것은 저출산 극복이다. 출산 장려를 위해 예산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저출산 예산 총액도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해서다.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7년도 민생안정 예산안’ 브리핑에서 내년도 저출산 예산 총액에 대해 복지부는 “조금 더 분석을 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부가 저출산 예산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복지부는 뒤늦게 내년도 저출산 예산은 22조4500억 원으로 올해(21조4500억 원) 대비 1조 원(4.7%)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항목별 재원을 제시하지 않아 명확한 기준 없이 뭉뚱그려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동의 없이는 예산 총액도 언급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저출산 예산을 밝히길 꺼리는 이유는 지금까지 제시한 어떤 처방도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는 현실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최근 10년 동안 정부의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이며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 초저출산이 15년 동안 지속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까지 매 계획마다 투입된 예산은 평균 25조 원 수준이다.
이 같은 처방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막대한 예산 투입이 결국 기존에 각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대책을 예산 분류 체계상 저출산 대책으로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고강도 정책을 쓰더라도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게 된 측면이 있는 데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체감도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