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6회 99개국 리더 경제현안 머리 맞대…‘실속 없는 잔치’ 비난도
매월 1월에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은 ‘다보스포럼’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잭슨 홀과 마찬가지로 다보스 역시 평소에는 인구 1만여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매년 1월이 되면 각국 정치, 경제·재계 인사들은 물론 이들을 취재하려고 모인 세계 각국의 취재진으로 붐빈다. 46회째를 맞은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99개국에서 2500명이 넘는 경제인과 기업인이 모여 세계 경제 문제에 토론하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다졌다.
◇왜 하필 스키 휴양지?= 다보스는 스위스 동부에 있는 그라우뷘덴 주의 휴양지다. 고급 스키 휴양지로도 유명하지만, 수도 취리히나 제네바같은 대도시보다 교통이 불편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처음부터 WEF 개최지가 다보스였던 것은 아니다. 1971년에 생긴‘유럽인 경영심포지엄’이 지금의 WEF의 모태인데, 이 포럼의 개최지는 원래 스위스 쿠르(Chur)였다. 하지만 이 포럼의 설립자인 독일 출신 클라우스 슈바브 제네바대학 교수는 포럼의 참석대상을 전 세계로 넓히고 정치인으로까지 확대하는 과정에서 개최지를 다보스로 선택했다. 다보스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빼어난 자연 경관 때문이다. 다보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마스 만의 장편소설 ‘마(魔)의 산(magic mountain)’의 무대로도 유명하다. WEF가 다보스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1981년 당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개최지 다보스에 대해 “정치 인사와 비즈니스 리더가 휴식을 취하면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마법과 같은 회의 장소’”라면서 “다보스는 유명 인사들이 비싼 비용을 내면서도 이곳에 모이도록 하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보스는 럭셔리 포럼= 다보스포럼은 참가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포럼이다. 참가비는 연회비 형식인데 연간 회원권과 세금을 포함한 금액이 무려 7만1000달러(약 79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개별 세션 참가 비용과 회사 차원에서 단체로 참석하려면 별도의 비용이 든다. 다보스포럼에 참가할 수 있는 회원 자격은 전략 파트너와 산업 파트너, 재단 파트너 등으로 나뉘는데 전략 파트너의 경우 연간 회비가 60만 스위스프랑(약 6억8000만원)이다. WEF의 전략적 파트너들은 주로 다국적 기업들이다. 숙박료와 교통비는 별도다. 이동을 위한 항공 등 교통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부 인사들은 이곳까지 전용 헬기를 대통하기도 하는데 항공서비스업체 가마에비에이션(Gama Aviation)에 따르면 지난해 포럼 당시 1월 다보스 인근 3개 공항으로 입국한 개인 전용기는 1389대에 달했다. 포럼 기간 8인승 개인 전용기로 영국 런던과 스위스 취리히를 왕복할 경우 1만9100파운드(약 2800만원)의 비용이 든다. 뉴욕에서 11인승 전용기를 타고 왕복할 경우는 14만6300파운드가 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빈 스페이시 등 할리우드 스타가 참석해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2014년에는 영화 ‘마션’의 주인공 맷 데이먼, 지난해에는 엠마 왓슨이 등장해 포럼 참석자 명단에 화려함을 더했다. 영국 BBC는 이제까지 다보스에 유명 인사들이 참석하기는 하지만 연예계 인사들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정·재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의 관심 속에서 포럼을 진행하겠다는 주최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럼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이지만 말 잔치로 끝난다는 지적이다. 유럽 의회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수장이나 정치인들이 기업의 주주들이나 유권자들의 동의 없이 결정을 내리는 것 때문에 다보스포럼이 바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여주기 식에 그치는 포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재정위기 때나 ‘아랍의 봄’이라 불린 중동 지역 민주화 당시 열린 다보스포럼은 뚜렷한 방법이나 통찰력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글로벌 엘리트들의 답답한 모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