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재건 한시름 던 현정은 회장, 쉰들러 소송 승소로 현대엘리 경영권 방어

입력 2016-08-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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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현대그룹)
현대상선 경영권 포기 이후 현대엘리베이터를 앞세워 그룹 재건에 나서는 현정은<사진> 회장이 거액의 소송 건을 무사히 넘기며 한시름 덜게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이날 쉰들러홀딩AG가 현 회장과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 경영진을 대상으로 낸 7500억 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애초 쉰들러가 현 회장 등에게 낸 주주대표소송은 2014년 7180억 원 규모였으나, 2년 동안 이자 등이 더해지면서 소송가액이 7534억 원으로 늘었다.

세계 2위 엘리베이터 업체인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와 관계를 맺던 2006년만 해도 우호적이었다. 당시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자해 25.5%의 지분을 보유하며 2대 주주로 부상했다. 그러다 2011년 자금난에 빠진 현대상선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원에 나서면서 현대그룹과 갈등을 빚었다.

쉰들러는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가 개별 기업임에도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금융상품계약을 맺고 이 때문에 손실을 보자 7180억 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을 청구했다. 현대그룹은 파생상품계약이 주주이익을 침해하지 않은 계약이었다고 반발했지만 합의에는 실패했다.

법원이 이번 1심 소송에서 현대그룹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 회장은 경영권 방어 부담을 덜게 됐다. 만일 법원이 쉰들러의 손을 들어줬다면 현 회장 등 경영진은 거액의 배상금을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입해야 한다. 현대상선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자금동원력이 약화된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이 약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현 회장은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8.6%를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은 또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그룹 재건에 나설 기회도 얻게 됐다. 현대상선과 현대아산 등 현대그룹 내 주요 기업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현대엘리베이터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는 등 효자 계열사로 손꼽힌다. 대북관계 악화로 그룹의 한 축인 현대아산의 정상화 시기를 점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 회장으로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지키는 것이 그룹 재건과 일맥상통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점유율은 42%로 1위 기업이다. 현대엘리베이터 매출은 2011년 8792억 원에서 이듬해 9156억 원으로 늘었고 2013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성장세는 계속돼 작년에는 1조448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는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수익 측면에서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11년 267억 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은 2013년 986억 원으로 뛰었고 작년에는 1565억 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011년 3%대에서 지난해 10%대로 성장했다. 증권업계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올해 매출 1조7498억 원, 영업이익 175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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