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깜짝 고용지표 소식에 상승 출발했던 원/달러가 S&P의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향에 급락하며 1100원선으로 떨어졌다.
이제 관심은 1100원선이 언제 붕괴되느냐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경기 호조세와 당국 개입에 1100선이 무너지기 어렵다는 의견이 높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분위기에 당국이 개입에 나서기 어려운 만큼 1100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달러, 美 고용지표 소식에 ↑ㆍS&P 韓 등급 상향에 ↓
8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1원 내린 110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는 지난 1일 1108.00원 이후 5거래일만에 또다시 1110원선이 무너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4.6원 상승한 1115.0원에 출발했다. 미국 고용지표 개선에 따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던 까닭이다. 장중고점은 1117.0원이었다.
앞서 5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는 7월 비농업 부분 신규 일자리가 25만5000개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예상치인 15~18만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고용지표가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호조세를 보이자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오후 들어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 로 상향 조정한 사실이 전해지며 원/달러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S&P는 한국이 최근 수년간 선진 경제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을 등급 상향의 근거로 들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S&P가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하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대폭 줄어들며 원/달러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달러 약세(원화 강세)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중국 무역수지 흑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중국 정부는 지난달 무역흑자가 523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6개월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서 연구원은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나며, 위안화 절상 가능성도 커졌다”며 “이에 따라 위안화와 동조 현상이 강한 원화 가치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원/달러, 1100원선 지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도 원/달러가 1100원선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에 의견이 분분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가 개선세를 보이는데다,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한 정부의 개입에 1100원선이 지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개선이 지속되는 만큼 달러 약세가 계속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1100원선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의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이 12월 이후로 넘어가면서 원/달러 하방 압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수출에 타격이 큰 만큼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으로 1100원선을 깨고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수출은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액은 410억45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0.2% 감소했다. 이로써 월간 기준 수출 감소 기록은 19개월로 늘며 최장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1100원선이 이탈할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도 있었다. 최근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 움직임에 당국의 환율 관리가 어려운 점을 근거로 지목했다. 앞서 지난 4월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을 중국과 대만, 일본, 독일과 함께 환율 조작 여부를 감시하는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보호 무역주의가 대두되면서 미국 정부가 달러 강세를 원하지 않는 만큼, 당국의 개입은 한계가 있다”며 “1100원선이 깨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