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부지 매각에 자금이 풍부한 중국 기업이 입찰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해당 관계부서는 몇몇 대형 중국 기업에 비공개 형식으로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 계획을 중국어로 따로 마련해 전달했다.
시는 이같은 방안의 일환으로 오는 10월 북경시,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등과 함께 공동주최하는 중국 투자 관련 행사에서 서울의료원이 포함된 주요 시정개발 프로젝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중국 투자가와 관계 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해당 부지 투어를 통해 투자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시가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을 두고 중국자본에 눈을 돌리는 파격적인 방안을 검토한 이유는 앞서 두 차례 진행한 매각작업이 모두 무산된데다 해당 부지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8월 진행된 1차 공개입찰에서는 삼성생명이 단독 응찰했지만 입찰보증금을 내지 않아 무효 처리됐고 이어 진행된 2차 매각에서는 유력 인수후보군이였던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이 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유찰로 마무리 됐다.
그동안 시는 코엑스와 옛 한전부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국제업무, MICE(기업회의·대규모 국제회의·전시회), 스포츠,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의 기능을 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추진해 왔다. 이 중 옛 서울의료원 부지는 전시장, 회의장, 호텔 등 국제업무와 MICE 지원 역할을 해야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이에 서울의료원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최대 400%로 제한됐다. 전체 부지의 50% 이상을 관광숙박시설·문화집회시설·업무시설(오피스텔 제외)로 조성해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도 포함됐다.
결국 이같은 조건은 매각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해당 부지가 감정가만 9725억원에 달해 선뜻 돈을 투자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시의 매각조건으로는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이 2차 매각 당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도 매매가격 대비 낮은 사업성 때문이었다. 세로로 긴 땅이어서 활용도가 낮다는 점과 한전부지와 100m 가량 떨어져 연계개발 역시 어렵다는 점도 매각을 어렵게 했다.
이에 시는 해당부지의 활용방안을 두고 전반적인 재검토에 돌입, 통매각에서 분할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분할매각은 획지를 구분해 땅을 나눈 뒤 처분하는 방식이다. 시는 이 부지의 중앙축을 중심으로 획지를 구분해 땅을 분할한 뒤 매각을 다시 진행할 계획이었다. 업무시설·전시장·회의장·관광숙박시설 등의 요건 중 회의장을 삭제했고, 공공보행통로와 기부채납에 대한 내용도 일부 수정·완화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 변경에도 인수에 관심을 보인 국내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앞서 공개입찰 당시 한 대형건설사가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참여를 안 했는데 조건을 바꾸고도 관심을 가진 기업이 없다면 향후 국내기업의 인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재평가 결과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나서지 않을 것을 시가 예상하고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자본으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부지 개발 일정과 시의 재정 부담도 이번 방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는 그동안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으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꾸준히 언급해 왔다.
다만 서울 알짜부지가 중국자본에 넘어가는 방안 자체가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시는 그동안 불필요한 부동산을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해당부지가 차후 막대한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공공이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기업에 해당 부지를 넘길 경우 시민단체들이 지적하는 헐값매각 논란은 벗어날 수 있겠지만 서울 알짜배기 땅을 세수 증대를 이유로 중국자본에 넘긴다는 또 다른 비난에 휩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