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은행(BOJ)의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바로 앞두고 돌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일본은행이 이와 보조를 맞출 것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일본 후쿠오카의 한 강연장에서 내달 2일 각의에서 28조 엔(약 3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아베 총리의 깜짝 발표에 시장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분위기였다. 그간 아베 총리의 정책 발표는 수도 도쿄에서 수많은 취재진의 비상한 관심 속에서 진행됐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기와 장소에서 국가 경제 향방을 바꿀 대규모 부양책의 윤곽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29일께 아베 정부와 연립 여당이 부양책 규모를 정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특히나 당초 20조 엔 규모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는 한층 더 커지게 됐다.
아베 정부는 대규모 재정 지출 등 경기부양책을 통해 내수 위축으로 둔화된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소비 살리기 정책에도 최근 3개월 소비자물가는 마이너스(-)를 기록, 소비 심리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가 대규모 부양책 도입을 일찌감치 공언해버리는 바람에 시장의 관심은 이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28일부터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29일 결과를 내놓는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부양책을 미리 언급, 시장의 기대감을 높여 일본은행이 보조를 맞추도록 압력을 넣으려는 계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레드릭 뉴먼 HSBC홀딩스 아시아 경제부문 리서치 공동책임자는 “아베의 경기부양책 언급으로 이제 공은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양책에 상응하는 추가 완화책이 없을 경우 엔화 가치 급등,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추가완화 카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탓에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바주카포를 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