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은 팔고 펀드ㆍ리츠는 사고 ---판도 바뀌는 부동산 시장

입력 2016-07-14 13:27수정 2016-07-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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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공모 활성화되면 시중 자금 대거 유입될 듯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주요 구매 세력은 개인과 법인이었다. 일반 개인은 주택 구매 고객이고 법인은 사옥용 건물이나 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개인도 빌딩을 비롯한 상업용 건물을 사고 팔기도 한다. 하지만 근래 들어 부동산 가격이 비싸져 개인의 자금력에 한계가 왔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또는 벤처 창업주와 같은 일부 개인 부자는 지금도 빌딩과 상가건물을 사 들이고 있지만 그 숫자가 많이 줄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어지간한 자금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어서 그렇다.

법인의 자금력도 옛날 같지 않다. 설령 여유가 있더라도 부동산에 잠겨놓지 않는다. 과거처럼 부동산 값이 팍팍 올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떨어져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소리다.

그래서인지 기업은 사옥까지 팔아 본업에 충실하려는 분위기다.

요즘 거래되는 대형 부동산은 대개 자산운용사 등이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나 리츠가 주인이다. 3~5년 동안 갖고 있다가 시중에 내 놓으면 다른 펀드가 사들이는 시장 구조다. 펀드와 펀드 간의 거래가 많아졌다. 이제 부동산 펀드와 리츠가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떠 올랐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다.

국토교통부가 리츠에 대한 공모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반 개미군단이 리츠와 펀드에 투자하는 길이 극히 제한적이다. 절차가 까다로워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참여하는 사모형태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부동산 펀드나 리츠의 공모 상품을 활성화할 경우 시중의 유동자금이 이쪽으로 대거 흘러들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초저금리 시대에 이보다 좋은 투자처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게다가 노하우가 많은 자산운용사가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형태여서 안정적인 임대료 배당 수익이 보장된다. 일반 개인이 부동산 자산을 관리할 경우 임대료 수납에서부터 임차인 구하기 등 머리 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공모에 참가해 펀드나 리츠에 투자할 경우 운용사가 알아서 척척 해결해 준다. 관리 수수료는 나가지만 편리성을 감안하면 직접 관리보다 훨씬 수월하다. 그래서 펀드·리츠의 공모가 일반화 할 경우 이들 시장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현재 운용중인 부동산펀드와 리츠 설정 규모는 펀드 40조원, 리츠 18조원 등 총 58조원 정도다.

리츠·펀드가 활성화되면 5000억 원대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활기가 띌 것으로 보인다. 매입 자금이 풍성하면 그만큼 거래도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양질의 물건은 거의 소진된 상태여서 그동안 관심을 못 끌었던 부동산이 각광을 받을지 모른다. 지금은 수익률이 형편없지만 매입 후 리모델링 기법 등을 통해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킨다면 팔자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런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뉴스테이 같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기대되는 주택임대시장은 점차 확대될 확률이 높다. 공급이 계속 늘어나 어쩌면 뉴스테이 공급과잉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이는 임대료 하락을 예고하는 것으로 일반 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된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환경이 되지만 월세 임대사업자는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매입 경쟁으로 시장 분위기는 가격 상승 모드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 서로 사려고 덤비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투자 수익에 비해 비싼 값에 사게 되면 임대료 인상은 통해 적정 수익률을 맞추려 한다. 공급 과잉 시대에 가능하지 않지만 말이다.

엉터리 자산운용사나 리츠가 남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리츠 분야가 걱정이다. 리츠는 한시적인 회사여서 실제 주인이 없다. 주인 없는 회사는 아무래도 앞날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대우해양조선 사태가 터진 후 투자자의 가슴에는 더욱 그런 걱정이 강하게 묻어 있다. 프로젝트 수익률을 부풀려 투자를 유인하기도 하고 운용 잘 못으로 손해를 입힌 사례도 적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살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은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결국 수익률이 떨어져 투자자만 손해를 보게 된다. 자산운용사는 예상했던 수익이 제대로 안 나와도 수수료는 꼬박꼬박 챙겨간다. 운용사의 손실은 거의 없다. 일반 펀드투자와 같은 구조다.

대우해양조선처럼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 투자자 손실은 뒷전으로 여길 수도 있다는 소리다.

펀드ㆍ리츠 자금 조성 문제보다 누가 운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운용사에 대한 엄격한 감독 시스템을 갖춰 놓아야 공모시장이 활성화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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