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의 휘뚜루마뚜루] 혈세 좀먹는 국회의원 외유도 제한해야

입력 2016-07-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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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정치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환영할 일이다.

새누리당은 헌법이 보장한 가장 대표적인 특권인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마저 손 볼 기세다. 불체포특권은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으로, 면책특권은 악용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위헌 소지를 피해 손질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특권을 완전히 폐지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폐지한 효과를 낼 정도로 권한을 제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불체포특권은 회기 때만 발동한다. 그래서 검찰이 비리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의원을 구속하려들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열어 ‘방탄국회’라는 비난이 많았다.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돼도 부결되기 일쑤였다. 불체포특권 개편에는 야당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허위 폭로를 계기로 도마에 오른 면책특권을 놓고는 각 당이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 실천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회는 이 두 특권뿐 아니라 국회 윤리특위 개편,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수당 개편 등 자기정화를 위한 다수의 법안도 이미 제출했다. 19대 국회 때 비슷한 법안들이 제대로 심사조차 못 받고 쓰레기통에 처박힌 선례로 보면 썩 믿음이 가진 않지만, 일말의 기대는 걸어본다.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은 200여 가지에 달한다. 다 내려놓으려 들면 끝이 없다.

그러나 해마다 지적받아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외유성 출장만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꼭 필요한 출장은 가야겠지만, 상당수가 관광 성격이라는 게 문제다. 한 번 나갈 때마다 적게는 1000여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까지 쓰는 ‘억’ 소리 나는 출장이다.

‘2013년 국회의원 해외출장 내역’(국회의장·부의장 제외)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여야 의원들이 국회 운영비로 해외에 나간 횟수는 총 52차례, 여비만 27억 원이었다. 평균 1회 출장에 5000만 원 이상을 쓴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회의장이 쌈짓돈 쓰듯 예산으로 용돈까지 주는 관행까지 있다고 하니 실제 비용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연말연시면 우르르 몰려나가는 꼴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일부는 항공편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한다. 그것도 출장 3번 중 1번은 회기 중에 떠났다니 기가 찰 일이다. 그런데도 세부 비용처리 내역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도 구할 수 없고, 국회의장단의 출장 내역은 국가 요인이라는 이유로 아예 살펴볼 수도 없으니 깜깜이 출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런 외유성 출장을 막을 장치가 전혀 없다. 출장 후 20일 이내에 ‘의원외교 성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이 전부다. 그마저도 내용이 부실하거나 참고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 많고, 아예 보고서를 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외유 논란이 끊이지 않자 아예 출장 심사제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공무원의 과도한 출장비는 국정감사를 통해 두들겨 패면서 정작 자신들에겐 한없이 관대한 국회다. 세금을 낸 국민의 입장에선 본전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특권 내려놓기는 멀리 있지 않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일반인의 정서와 동떨어진 이런 나쁜 관행부터 없애나가는 게 순서다. 그래야 다른 특권도 내려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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