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80) 화백이 자신의 위작으로 판정난 그림들을 직접 보고 감정하기 위해 서울 중랑구 지능범죄 수사대를 방문했다. 이 화백은 "오는 29일 경찰에 다시 출석해 그림들의 진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화백의 대리인 최순용 변호사는 "위작 판정이 난 13점을 모두 봤는데 물감이나 기법 등에서 확실히 (위작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입장 표명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같은 그림을 계속 그린 게 아니고 물감도 여러 종류를 써서 어떤 물감은 본인이 쓰지 않은 물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런 부분을 확인하고 진품인 그림들과 대조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그림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고도의 추상화니 (진위를) 바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위작이라고 지목한 작품 중 한점에 써줬다고 이 화백이 전날 확인했던 '작가확인서'에 대해서도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 화백의 그동안 입장은 '내가 본 그림 중에는 위작이 없다'는 것이었고, 위작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위작 논란이 일어난 그림들의 사진만 봤을 때는 진품인 것 같은데 문제가 있다고 하니 직접 확인하러 온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 화백의 작품인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의 위작들이 2012∼2013년 인사동 일부 화랑을 통해 수십억원에 유통됐다는 첩보를 받고 지난해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위작에 관여한 화랑 운영자들을 잡아들였고, 위작으로 추정되는 그림 13점을 전문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맡겨 모두 위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한편 이날 경찰에 출석한 이 화백은 언론취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논란이 일어난 배경'에 대한 질문에 "여러분들이 만든거 아니냐.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