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24일 지급여부 최종결정 “긍정적 검토”
산업은행 계열인 KDB생명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을 두고 국책은행 계열 보험사로서 공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소멸시효 관련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 매각 이슈 때문에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에 착수,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KDB생명은 미지급금 규모가 84억원(133건), 이중 소멸시효가 지난 금액은 74억원(116건)이다.
KDB생명이 지급 결정을 유보하는 것은 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PEF)가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KDB생명은 최대주주가 펀드 형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비자 신뢰나 금감원 제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KDB생명이 금융당국의 자살보험금 지급 요구에 맞서며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국책은행 계열사로서 공적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DB생명 관계자는 “우리가 산은 계열이긴 하지만 자살보험금 판매 시기는 전신인 금호생명 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공적책임을 지우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24일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이 아닌, 내부 보고를 거쳐 대표이사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미지급금 규모가 대형사에 비해 많이 낮고 미지급시 여론압박 등 리스크가 큰 만큼 지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흥국생명은 미지급금 규모가 32억원(70건), 이중 소멸시효가 지난 금액은 27억원(56건)이다.
흥국생명이 지급 결정을 내리면 소멸시효 경과건 지급 보험사는 총 6개사로 늘어난다.
현재 소멸시효 경과건 지급 보험사는 ING생명, 신한생명, 메트라이프 생명, DGB생명, 하나생명 등 5개사다.
나머지 8개사는 지급 유보 결정에 변함이 없다.
해당 8개사는 ‘빅3’(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PCA생명, 현대라이프생명, KDB생명, 동부생명, 알리안츠생명 등이다.
영국계 보험사인 PCA생명은 홍콩에 있는 아시아 지역본사와, 현대라이프생명은 2대 주주인 대만 푸본생명(48%)과의 입장 조율 때문에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보험준법검사국 관계자는 “알리안츠 생명이 매각 결정할 때 싱가포르 지역본사와 의견조율을 했던 것처럼, 자살보험금 지급 같은 주요 결정도 PCA생명 홍콩 지역 본사와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최근 ING생명의 지급 결정은 진행중인 매각 관련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전략적 판단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ING생명의 보험금지급 결정이 '빅3' 보험사 등 지급 보류 보험사들의 기존 입장을 변화시키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ING생명이 지급결정을 했다고 개별회사 결정을 우리가 따라갈 필요는 없다”며 “지급하려면 절대적 근거가 필요한데 그건 소멸시효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다”고 말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소멸시효 쟁점 소송건수는 삼성생명(1건) 한화생명(1건) 교보생명(1건) ING생명(2건) 알리안츠 생명(1건) 등 총 6건이다.
지급을 유보한 중소형 생보사들은 ‘빅3’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소생보사 관계자는 “‘빅3’가 업계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보니 그들 입장에 반해, 선제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하는 것이 부담된다”며 “상황이 교통정리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형생보사들 지급 보류가 숨겨진 미지급금 규모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현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현재 보험사가 신고한 미지급금 규모는 특약에 결부된 자살보험금만 산정한 것”이라며 “주계약에 문제의 약관 내용이 포함된 경우까지 합하면 미지급금 규모가 급증하기 때문에 대형사들이 완강히 지급 거부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