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브렉시트에 발목 잡혀 금리 동결…미국 국채·금값 강세 등 안전자산 쏠림현상 심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가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FOMC 성명은 브렉시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오는 23일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금리를 동결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확인하면서 “브렉시트가 실제로 일어나면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틀림없다. 더 나아가 미국 경제전망을 뒤집어 향후 정책 경로를 결정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던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막판 들어 급격하게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5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마감했다. 또 브렉시트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미국 국채와 일본 엔화, 금 등 이른바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쏠림현상도 심화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4bp(bp=0.01%포인트) 하락한 1.57%를 기록했다. 2년물 금리는 장중 최대 6bp 떨어진 0.66%로, 지난 2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국채와 더불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선호하는 일본과 독일 국채 금리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8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20센트 오른 온스당 1288.30달러로 마감했으며 장중 심리적 저항선인 13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블룸버그 집계에서 전문가들은 다음 주 영국 국민투표 결과 브렉시트 찬성파가 이기면 일주일 안에 금값이 온스당 1350달러 선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스팟인덱스는 0.3% 하락했다. 미국 달러화당 엔화 가치는 장중 105.44엔으로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이노코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이날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내년 자국 경제성장률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지고 경기침체가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IU는 또 올해 달러화당 파운드화 가치가 14~15%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브렉시트 반대 진영은 증세와 복지삭감이 불가피하다며 찬성파를 공격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장기적으로 300억 파운드의 재정구멍이 발생해 상속세율이 40%로 높아지고 주류세와 연료세 등이 5%포인트 인상해야 하는 등 전반적인 증세가 일어나는 동시에 헬스케어와 교육, 국방예산 등이 삭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은 EU 법률을 영국법에 명시한 유럽공동체법 폐지를 전제로 2020년 5월까지 EU와 탈퇴에 따른 관세, 이동의 자유 제한 등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양 진영은 막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