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리조트 M&A 과정서 비자금 추적, 계열사간 부동산 거래 의혹도 집중
롯데그룹 전반의 경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4일 계열사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며 빠르게 수사범위를 확대하자,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모든 계열사를 다 털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지난 10일 이뤄진 압수수색으로 업무가 마비된 상황에서 14일 오전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총 15곳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그야말로 롯데는 '경영 패닉'에 휩싸였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4일 오전 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칠성음료·롯데닷컴·코리아세븐 등 계열사 10여곳을 비롯해 해당 계열사 주요 임원들의 자택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지난 10일 검찰이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비롯해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와 임원 자택 등 17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검찰은 정책본부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가의 배임 및 횡령에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 비리가 관련있다는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리조트 M&A 과정서 비자금·배임 단서 포착 = 검찰은 호텔롯데의 리조트사업 부문 인수·합병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을 통한 횡령·배임 등 경영 비리를 저지른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된 계열사들은 모두 2008년 서귀포시 색달동 일대에 건설된 롯데제주리조트의 지분을 보유했던 주주 회사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검찰은 호텔롯데가 제주리조트 등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토지 가치를 부풀리거나 거래 가격 과대계상 등 가액을 조작하는 등의 형태로 취득한 수익을 통해 총수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롯데제주리조트, 롯데부여리조트, 그리고 부산롯데호텔이 포함됐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는 2013년 8월 롯데제주리조트 및 롯데부여리조트를 인수·합병했다. 롯데측은 당시 리조트 사업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와 경영효율성 증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 주주 가치 제고 등의 명분을 들었다. 하지만 호텔롯데 측이 제주리조트 부지의 땅값을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사들여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주류 인수 과정과 신격호-롯데 계열사 '수상한 부동산 거래' 의혹 =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캐슬 롯데칠성음료 본사에는 이날 오전 9시반쯤 검찰 관계자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음료사업부와 주류사업부의 계열사간 거래 내역 등 모든 자료를 압수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롯데 계열사들간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혐의가 계속 집중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칠성음료 역시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검찰은 롯데칠성음료는 2002년 신 총괄회장 소유의 충북 충주시 목행동(1만732㎡) 땅을 10억원에, 경기 오산시 부산동(2950㎡) 땅을 8억원에 각각 사들였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두산주류BG(롯데주류)를 5030억원에 인수한 과정과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와 거래내역 등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롯데가 두산주류를 인수할 당시 이명박 정부가 주류 제조업 면허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사업 진출을 신속하게 허가한 것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제과 본사도 이날 오전 9시15분부터 수색이 시작됐다. 검찰 관계자 10여명이 찾아와 17층과 18층을 통제했다.
롯데제과는 그룹의 모태인데다 최근 해외에 한국과 일본 롯데제과 합작법인을 세운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만큼 불법 자금거래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선제적으로 중국사업을 시작, 비자금 창구 역할을 했는지도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
한편, 롯데케미칼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선 해외에서 원료를 사오면서 계열사를 끼워넣어 거래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린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 수사가 본격화한 점을 두고도 제2 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선 사상 초유의 일이라 직원들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규모가 작은 곳을 제외하면 모든 계열사가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 관계자는 "검찰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이 잡듯이 회사를 뒤진다면 '먼지 안 날' 기업이 없다"며 "검찰이 방대한 분량의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물론 일부 임직원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해 가는 바람에 간단한 문서 작업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오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꼬박 하루 동안 그룹 정책본부 가운데 커뮤니케이션실 홍보팀을 제외한 7개 실을 샅샅이 수색했다. 검찰이 이날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문서 등 압수수색 물품은 1톤 트럭2대를 가득 채웠다. 양평동 롯데홈쇼핑과 신동빈 회장의 평창동 자택에서 확보한 자료까지 합치면 압수물은 1톤 트럭 7∼8대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특히 그룹의 경영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정책본부는 압수수색을 당한 후 현재까지도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다.
롯데정책본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직할 조직으로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에 속해있다. 국내외 계열사들을 전반적으로 운영, 관리하며 조율하는 핵심조직이다.
신 회장이 2004년 그룹 경영관리본부를 확대 개편해 만든 롯데정책본부에는 운영실, 지원실, 비전전략실, 인사실, 커뮤니케이션실, 개선실, 비서실 등 총 7실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하 부속조직 등에서 임원 20여명과 2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롯데 내부에서는 검찰의 역대 사상최대 규모의 압수수색과 여러 계열사에 대해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는 것과 관련, 백화점식 수사로 벌집을 만들어놓고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 과잉수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