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운행시간 전체의 3% 불과, ‘소유’ 아닌 ‘이동수단’ 인식 변화… 도요타·GM 등 차량공유 업체에 앞다퉈 투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09년 설립된 차량공유 스타트업 우버가 세상을 바꾸려하고 있다. 우버가 제시한 사업모델이 단순히 택시 대체재가 아닌 미래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 우버가 펼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가 현재 자동차와 IT 산업에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도요타와 애플 등 대표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량공유 앱 우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지 주목된다.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등 굴지의 자동차 대기업들이 우버와 같은 기업에 앞다퉈 투자하거나 자체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일본 도요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우버와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그 일환으로 ‘라이드 셰어링(RIDE SHARING)’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우버 운전기사들이 도요타의 금융 자회사 도요타파이낸셜서비스(TFS)를 통해 차량을 리스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나누는 형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등에서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도요타는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우버에 수십억 엔을 출자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독일 폭스바겐은 도요타 발표와 같은 날 이스라엘의 차량공유 스타트업 ‘겟(Gett)’에 3억 달러(약 3575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겟은 현재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러시아 모스크바 등 세계 60여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B2B(기업간 거래)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분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배기가스 시스템 조작 스캔들로 경영난에 처한 폭스바겐이 우버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려 한다고 풀이했다.
미국 1위 GM은 일찍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GM은 지난 2월 자체 차량공유 사업인 ‘메이븐’을 시작했다. GM은 이달 말부터 이 서비스를 워싱턴D.C.와 보스턴 등으로 확대하고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자동차를 가져다주는 ‘메이븐 시티’와 특정 빌딩에 메이븐 차량을 상시 대기시키는 ‘메이븐 플러스 온 디맨드’ 등의 새 서비스도 시작하기로 했다. GM은 지난 1월 우버 경쟁사인 리프트(Lyft)에 5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갖고 있는 독일 다임러그룹도 지난 2014년 차량공유 스타트업 라이드스카우트와 인텔리전트앱스 등 2곳을 인수했다.
포드와 BMW 등도 차량공유 사업에 투자하거나 직접 뛰어드는 등 이제 자동차업계에서 ‘우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평가다.
자동차업체들이 자칫하면 자신의 발등을 찍을 수도 있는 차량공유 사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이동’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댄 암만 GM 사장은 지난해 FT와의 인터뷰에서 “차량이 실제로 움직이는 시간은 전체의 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주차된 채로 있다”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량 구입에 돈을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은 지난해 “오는 2040년 미국의 신차 판매가 2015년 대비 40%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닛케이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커넥티드’가 시급히 대응해야 할 세 가지 주요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며 도요타는 우버와의 제휴를 통해 부족했던 퍼즐을 채워넣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지난 1월 인공지능(AI) 연구 거점을 실리콘밸리에 마련하고 프리우스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차에 이어 수소연료전지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차와 IT 기기를 연결하는 ‘커넥티드’ 부문은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차량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우버와 손을 잡아 빈자리를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 긴박함을 느끼는 것은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6’에 참석한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5,6년의 변화는 과거 50년보다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필즈 포드 CEO는 “자동차업계가 디지털화에 따른 큰 혼란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파악하는 업체가 그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자동차 업계는 대량의 부품을 조립해 고품질의 자동차 1000만대를 생산하는 사업구조를 넘어서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 용어설명 : 공유경제(Sharing economy)
하버드대 법대의 로런스 레시그 교수가 물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빌려주고 쓰는 개념으로 창출한 용어다. 차량공유 앱인 우버와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등의 성공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