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목들⑮] 오호수 금융투자인회 회장(전 증권협회장)

입력 2016-05-31 10:30수정 2016-05-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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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협회장 때 ‘자율규제’ 정착시켜…독립성 강화 계기

▲오호수 금융투자인회 회장이 30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17층 사무실에서 한국 증권업의 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거 증권업협회 회장을 지낸 오 회장은 협회의 자율규제 업무 강화를 금융투자산업 발전의 계기 중 하나로 평가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etoday.co.kr)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동우회 성격의 금융투자인회에 종신 회비를 낸 정회원이 지금 170명 정도 됩니다. 앞으로 200명까지 늘릴 생각입니다.”

지난 30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만난 오호수(72) 금융투자인회 회장은 혈기가 넘쳤다. 오 회장은 과거 증권사에 재직할 당시 ‘마당발’, ‘영업의 귀재’로 불렸다. 그런 그의 천생이 어디 갈까. 지난 3월 금융투자인회 6대 회장으로 선임된 그는 이 조직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구상 중이었다.

“금융투자인회 정회원 중 40년생을 포함, 이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 100명 정도 됩니다. 우리가 수익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므로 회원수가 정체돼 있으면 여러 경조사비 지출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이 때문에 제가 여러 기관에 재직하면서 인연을 맺은 후배들에게 금융투자인회 가입을 적극 권유하고 있습니다.”

오 회장은 지난 2001~2004년 한국증권업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그 이전에는 LG증권 사장, 이후에는 투자자문사의 대표이사 회장도 지냈다. 증권업계의 여러 방면을 두루 거친 그에게 과거 소회는 물론 현재 시장의 진단을 들어봤다.

△협회장 재직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안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기억이 나지만 그중에서도 자율규제 업무를 협회의 핵심업무로 정착시킨 것을 들고 싶다. 이전까지는 증권 관련 규제는 대부분 공적규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유연성이 많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이런 공적규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장을 활용하는 고객과 회원사가 엄격한 공적규제로 때에 따라서는 피해를 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공적규제 완화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

-자율규제 업무를 감독당국으로부터 이관 받아 정착시켰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자율규제의 초석을 놓은 것이다.

자율규제 업무는 시장과 회원사에 실질적 도움을 준 것과 동시에 협회의 위상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한다. 당시에 처음으로 금융당국과 같이 현장 검사를 나가기도 했다. 금융당국과 협회의 상생에 기여한 측면도 있었던 것이다.

또 이런 기능이 협회에 생기면서 단순히 민간기업 단체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의 자율규제 기관이자 민간 싱크탱크로서 정부의 여러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협회 회장 당시 다른 기억에 남는 사안은 무엇인가.

-현재의 금융투자협회 건물을 매입한 것도 회장 시절 기억에 남는 일로 꼽고 싶다. 기존에 거래소 뒤에 있던 건물은 협회가 커지면서 비좁았다. 그래서 다른 건물을 찾던 중에 삼보컴퓨터가 쓰던 현재의 건물이 나와 매입하게 됐다.

매입 결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수백억원의 돈을 지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산 가치도 당시보다 크게 올랐을 뿐 아니라, 회관이 자본시장과 관련한 여러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매김한 것을 보면 그때의 결정에 대해 뿌듯함을 느낀다.

△대우증권 출신이다. 지금은 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되면서 증권업계가 대형화되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금융투자업이 생존하려면 이러한 대형화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믿고 있다. 그동안 급속한 발전을 이룩한 수출 주도 제조업과 비교하면 우리 금융산업은 외형과 내실 측면에서 크게 낙후돼 있다.

제가 40년간 몸담은 금융투자산업도 마찬가지다. 외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발전이 정체돼 있다. 주된 원인은 좁은 국내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에 있다. 그동안 금융산업의 국제화 얘기는 많이 있었지만 이는 외국회사의 인바운드 비즈니스 진출이 주된 흐름이었다. 이를 국제화로 혼동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번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를 계기로 초대형 금융투자사 출현과 함께 본격적인 아웃바운드 국제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협회 회장 재직 시절인 2004년에도 증권업은 ‘청산’이 주요 화제였다. 지금도 여러 증권사가 통폐합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

-1998년 LG증권 사장에 취임했을 때가 외환위기 한복판이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적자가 나는 점포 4개를 없앴다. 성과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명예퇴직도 시행했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서 늘 좋은 소리만 들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과정을 거쳤지만 과잉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2년 만에 각 증권사는 다시 앞다퉈 점포를 늘리는 경쟁에 나섰다.

구조조정은 어느 때 닥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주가지수가 정체돼 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을 다시 자본시장으로 불러올 신뢰 회복이다. 자본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은 도덕심, 즉 고객의 재산 증식과 보호가 어떤 상황에서도 내 이익에 앞선다는 인식이다. 고객이 원하는 신뢰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러한 도덕성에 기초해 각 회사의 특성에 맞는 성장 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과거처럼 똑같은 비즈니스와 영업방식으로는 공멸을 피할 수 없다.

거시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짐이 되는 산업 구조조정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경제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부디 실기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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