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의 휘뚜루마뚜루] 국회의원도 ‘성과세비’ 도입을

입력 2016-05-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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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국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세비를 받지 않겠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2012년 6월 19일 국회 본청 정문 앞 계단에서 현수막을 들고 이렇게 외쳤다. 19대 국회 첫 세비 수령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원 구성 난항에 따른 개원 지연에 책임을 지고 세비 반납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니 대국민 쇼였다. 147명의 세비를 국고에 반납한 게 아니라 중앙당 계좌에 모아 기부한 것이다. 세비는 말 그대로 국민의 세금으로 나라에서 지급하는 돈이다. 반납을 하려면 기부할 게 아니라 국고에 귀속했어야 했다. 그러고도 뻔뻔하게 ‘세비 반납’이라는 표현으로 국민을 속이는 게 여당의 정치 수준이다.

이후에도 세비를 둘러싼 정치권의 쇼는 계속됐다.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일이 잦아지자 여론도 점차 국회의원 세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다. 여야는 그때마다 앞다퉈 세비를 삭감하는 법안을 내놨다. 대부분 일한 만큼 수당을 받는 내용으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유사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012년 12월 4일 의원 수당을 30% 감액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입법제안심사위원회의 심사에 따라 활동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담겼다. 입법 활동의 성과를 감안해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의미다.

새누리당에선 윤상현 의원이 이듬해인 2013년 11월 29일 국회법상 ‘권한 행사의 정지’에 해당하면 의원과 그 보좌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법안을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도 2014년 11월 27일 회기 때 회의에 4분의 1 이상 무단결석 시 특별활동비 전액을 삭감토록 하는 법안을 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밥그릇을 지키는 데는 여야가 일심동체였다. 이 수당법들은 제대로 된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성과연봉제는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받는다.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보단 득이 많다. 어지간한 민간기업만 보더라도 실적이 오르고 이직률을 낮추는 데도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국회도 성과연봉제에 준하는 세비 지급 방식을 마련할 때가 됐다. 비단 국회 공전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회기 중 툭하면 해외로 사라지거나 본회의·상임위를 땡땡이 치는 무책임한 의원이 너무도 많다. 4년 동안 법안 10개도 발의하지 않는 등 의정활동 태만은 심각한 수준이다. 회의 한 번 열지 않은 특위에 활동비가 지급되고, 국회의원이 구속돼도 의원직 상실 확정 판결 전까지 세비가 꼬박꼬박 입금되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런 잉여 인력에까지 세비를 줄 정도로 국고가 넉넉지 않다. 갈수록 늘어가는 나라 빚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곳간이 비어 증세 논쟁을 벌이는 판국이다.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약속은 국회의원 세비제도 개선에서 시작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만큼은 쇼를 멈추고 반드시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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