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적 출범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환영사에서 “모바일금융 서비스 도입으로 언제 어디서나 결재·예금 등 금융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장소적 개념의 뱅크가 아닌 금융행위인 뱅킹만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원장은 “하지만 우리나라는 은산분리 규제와 대기업진출 제한으로 인터넷은행의 출범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라며“국회에 계류돼 있는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19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2주 남짓 남아있는 상황에서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이 은산분리 완화에 계속 반대입장을 고수하면서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지연돼 금융시장이 미국, 일본, 중국에 잠식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비금융주력자인 IT기업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기존 4%(의결권 기준)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 교수는 “지난해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KT컨소시엄(K뱅크)과 카카오컨소시엄(카카오뱅크)의 경우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전제로 올해 하반기 개업을 추진했지만 은행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당초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을 적용하면 두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KT와 카카오의 지분율이 각각 8%(의결권 4%), 10%(의결권 4%)에 불과해 사실상 사업추진이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 은행법은 개인과 법인 구분 없이 동일인이 주식을 10% 초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더욱이 총자산 5조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는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대기업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추가 지분참여에 대한 제약을 받게 됐다. 카카오은행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게 된 상황으로, 기술기업주도의 은행이 아닌 비은행 금융그룹주도의 인터넷 뱅킹으로 만들어질 상황에 놓였다.
문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재벌기업의 사금고화와 경쟁력집중을 야기한다는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며 “금감원의 상시감시와 건전성 감독에서 사전파악이 가능하고 경영공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정보통신 발달과 스마트 모바일기기의 출현은 오프라인형 금융기관들에게 온라인형 금융기관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며 “한국의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으로 성장하려면 관치금융으로부터의 탈피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관치금융 탈피를 위한 첫걸음은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은행주식 동일인 소유제한제도를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