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자동차업계, 이란 특수 ‘남의 집 잔치’ 왜?

입력 2016-05-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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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욕심 부리다 최대시장 놓칠라” 미국 의식 적극적 진출 못해

국내 기업들의 성장 정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숨통을 트여줄 대이란 수출길이 열렸다. 건설업종과 에너지업종은 제2의 중동 특수를 기대하며 대규모 수주 대열에 합류했다. 통신 업종도 이란 현지 기업들과 사업 협력을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국내 양대 수출업종인 전자와 자동차는 이란 특수에서 소외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순방에서 최소 42조원(약 371억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건설과 에너지 영역의 성과다. 이들 업종은 이란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서 MOU와 가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수주 가능 금액은 371억달러(약 42조원)이다. 일부 사업의 2단계 공사까지 감안하면 최대 456억달러(약 52조원)까지 수주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업종도 이란 특수를 누렸다. SK텔레콤은 이란 에너지부(Ministry of Energy)와 IoT(사물인터넷) 기반 사업협력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KT 역시 이란 1위 통신사 TCI와 손을 잡고 이란 내 ICT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전자와 자동차 업종의 성과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렵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전자와 자동차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 시장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조치가 이뤄졌지만 미국과 이란 간 감정의 골은 깊은 상황이다. 미국 사회에서의 반(反) 이란 정서는 강하게 형성됐고 기업들도 경계감을 갖고 있다. 이란 역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강한 분위기다.

미국 정부도 이란에 문을 닫고 있다. 미국 내 일부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달러화 결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 제재를 풀어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란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경우 미국 시장에서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 3월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8.8%로 1위 자리에 복귀했고,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완성차 업체 순위 7위인 8.4%를 점유했다.

이번 이란 방문길에 빠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박 회장은 올 하반기에 미국 법인인 밥캣의 한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에 앞서 좋은 실적을 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박 회장이 이란 순방에 동참하게 될 땐 밥캣의 북미지역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여전히 강하게 형성된 반 이란 정서로 인해 밥캣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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