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이 전국 확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수도권에서 보인 부동산 시장 위축이 지방 시장으로 확대돼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이 전국적으로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비수도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다음주부터 본격 가동한다.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2월 수도권에서 시작한 대출규제를 지방 부동산시장으로 전면 확대하는 것이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담보대출을 받을 때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1년을 넘길 수 없고, 원금과 이자를 모두 초기부터 나눠 갚아야 한다는 게 대책의 핵심이다. 이자를 우선적으로 갚은 뒤 원금을 갚을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깐깐한 심사가 적용되면서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시장이 지난 2월 대출규제가 시작되면서 빠르게 위축된 만큼 이번 규제 지역 확대로 내달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과 매매거래량 둔화가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달 지방의 주택매매거래량이 전년동월보다 26% 줄어든 반면 수도권은 34% 감소했다. 이 중 서울의 주택거래는 35%나 떨어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년 동월 1만2975건에서 45% 감소한 7099건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월 매매거래량이 전년 동월보다 42% 떨어진데 이어 3%p 추가 감소한 셈이다. 특히 강남 지역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50%까지 반토막났다. 봄철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달 주택거래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택거래 시장이 이처럼 위축된 데에는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데다 정부가 대출규제로 돈줄을 조이면서 구매력이 떨어져 거래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은 정부의 대출규제로 인한 파동을 겪은 2월 이후 관망기조가 짙어졌다"며 "정부의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대구,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지방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구의 지난달 기준 주택매매거래량은 1992건. 전년 동월보다 무려 63.3% 줄어든 수치다. 1분기 전체 거래량으로 살펴봐도 작년 동기 대비 59%나 빠지며 이미 거래가 실종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0.14% 빠졌던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지난달 0.24% 떨어지며 감소폭이 더 커졌다.
특히 지방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집값 상승이 계속돼 피로감이 커진데다 신규입주까지 몰려있어 시장 위축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분양시장 역시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유연한 심사를 단행하는 만큼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는 등 매수심리 위축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분양시장은 직접적인 규제에서는 벗어나지만 간적접인 영향으로 위축 가능성 높고, 입지나 선호도가 높은 지역만 흥행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의 이같은 위축은 올 하반기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은진 팀장은 "대출 규제의 지방 확대는 성수기를 지나 비수기로 접어드는 7, 8월로도 이어질 가능성 크다"며 "그 후 시장에 대한 영향도가 점차 파악되면서 가을 이후 안정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출규제 확대가 지방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 자문위원은 "대구에서 볼 수 있듯 지방은 최근 2-3년간 주택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이미 숨고르기나 조정 국면에 들어간 상태다"라며 "대출규제 확대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지만 주택시장 위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