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5대 은행의 중금리 대출 잔액이 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늘려온 것으로 은행권 ‘중금리 실험’이 수익성으로 이어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국내 5대은행의 중금리 대출 잔액은 2239억3000만원(3월말 기준)이다.
이는 대부분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상품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1년 이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 중금리 대출 진출 =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이유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부터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10%대의 중금리 시장진출에 적극 진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동안 일반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신용등급 고객에게 5~10% 수준의 중간 정도의 금리를 제공함으로써 은행 수익성도 도모하고 소비자 혜택도 늘리겠다는 계산에서다.
게다가 중금리대출 시장으로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P2P대출 핀테크 기업들이 늘면서 은행들이 시장 진출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각종 상품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5월 업계 최초로 SGI서울보증과 손잡고 ‘위비 모바일대출’을 출시했고, KEB하나은행은 이지세이브론, 기업은행 I-ONE스마트론, 신한은행 써니모바일대출, NH농협 NH EQ론 등을 판매 중이다.
◇중금리 대출 취급, 독배인가 축배인가 = 그러나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아직 중금리 대출의 전체 손실율을 정확히 계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주로 중금리 상품을 취급해온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자들은 리스크프리미엄(위험 취급 마진)을 감안해 15~20% 이상의 금리를 산정해 손실율을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15% 이상으로 받기는 쉽지않다. 자칫 은행들이 고금리 장사에만 치중한다는 사회적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평판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쉽사리 금리를 높힐 수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10명 중 부도가 2명만 나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진다.
중금리 신용대출에 대한 평가 제대로 된 평가 모형이 없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동안 은행들이 고객 신용을 평가하는 방식은 그동안 고객의 금융기관 거래내용이었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 대상 대부분은 금융거래 내역이 없는 이들이다. 기존 신용 등급을 받을 만큼 축적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처리할 인력이나 기술력이 부족하다. 중금리대출을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은 요원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은행 시스템으로 중금리대출을 취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노하우 축적까지는 2~3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선택도 제각각 = 주요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규모가 1년새 2300억원이 넘었다고 해서 대형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시장 진출에 모두 적극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들 중 90% 이상이 두개 은행의 대출 잔액이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다고도 볼 수 있다.
900억원 이상 대출이 이뤄진 은행이 있는가 하면 10억원도 취급하지 않은 은행도 있었다.
그만큼 중금리대출이 검증되지 않은 시장이라고 해석이 나온다.
일부 은행에선 취급 자체가 손실이라고 보고 계열사 저축은행으로의 대출을 유도하기도 한다.
다만 은행권 관계자들은 아직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한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탐색 차원에서 취급의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특히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하반기부터는 은행권 공동으로 SGI서울보증과 협력하기로 했다.
서울보증과의 협력에 따라 위험이 분산 되면 은행권이 손실율에 대해 부담을 덜고 중금리대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르면 연내 사업을 시작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두 곳도 중금리대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큰 만큼 관련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며 “시장 성장성에 대해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