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는 부동산펀드, 리츠 유리
『최영진 대기자의 부동산 맥짚기』
부동산 경기가 호황세일 때는 개인이 직접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이득이 많다. 사두면 값이 올라 그만큼 시세차익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경기에는 부동산펀드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돈을 넣는 간접투자 방식이 오히려 유리하다. 펀드나 리츠는 아무래도 개인보다 자산운용에 대한 능력이 우수해서 그렇다.
개인은 투자금의 한계도 있고 수익을 낼만 한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펀드·리츠 등은 이런 쪽에 노하우가 많아 일정 수익을 내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물론 펀드와 리츠도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으나 불경기에는 확실히 개인보다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직접 상품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아래 모든 것이 결정되고 손익은 고스란히 자기 몫이다. 반면 간접투자는 펀드와 리츠 운용회사에 일임하는 방식이다. 간접 상품은 적당한 상품을 골라놓고 투자자를 찾는다. 지금까지는 부동산펀드 운용회사들은 대형 임대빌딩을 사들여 임대료 수익과 매각 때 시세 차익을 얻는 형태였다.
수익률은 연 5~7% 수준으로 은행금리를 감안할 때 고수익으로 간주됐다. 요즘 들어 빌딩 임대수익률이 예전같지 않자 임대주택이나 물류센터와 같은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일반 투자자는 펀드와 같은 간접 투자상품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운용사들이 금융회사나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금을 조달해서다. 암암리에 일부 거액의 개인투자도 참여시킨 일도 있으나 대부분은 기관투자자 중심이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펀드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사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쌈지길’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개인투자자도 참여시킨다는 얘기가 들린다. 일반 소액 투자자가 아닌 고액 자산가가 대상이지만 일단 공식적으로 일반에게 투자의 문이 열렸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이를 계기로 조만간 일반 개인들도 간접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전체 투자금 850억원 중 신한금융투자 개인 고객들을 통해 최소 5억원 이상 모두 200억원을 모집키로 한 모양이다.
일반 개인까지 간접투자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벌어지게 된다. 거래가 휠씬 늘어나 시장 자체가 지금보다 훨씬 활발해질 것 아니냐는 말이다. 부동산펀드나 리츠가 선호하는 상품의 경우 가격도 크게 뛸게 분명하고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전체가 술렁거릴 여지가 많다.
아마 뉴스테이와 같은 임대주택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주택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임대주택이 대량 공급될 경우 개인중심의 임대시장의 경쟁력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자본이 부동산 임대시장을 장악할 경우 임대료는 더 오를 수도 있다. 빌딩임대시장에도 자산운용사 소유의 건물은 공실이 생기더라도 임대료는 인하해 주지 않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