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계산착오?…유가 하락 용인했는데 점유율 더 떨어져

입력 2016-03-2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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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남아공 등 주요 시장에서 3년간 점유율 하락…러시아·이라크 등과 시장 경쟁 격화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지키고자 국제유가의 가파른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산유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렸는데, 오히려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이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은 2013~2015년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하락했다. 에너지 전문 컨설팅업체 FGE가 각국 세관 자료를 취합해 조사한 결과, 사우디는 최근 3년간 15개 주요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9곳에서 시장점유율을 잃고 있다.

중국 원유수입시장에서 사우디의 점유율은 2013년의 19% 이상에서 2015년 약 15%로 하락했다.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린 영향이다. 남아공에서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53%에서 22%로 떨어졌다.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아프리카 산유국들이 남아공 수출을 확대하면서 사우디가 타격을 받았다고 FGE는 설명했다.

미국은 셰일혁명이 일어나 원유를 수입할 필요성이 작아졌다. 이에 따라 미국시장에서도 사우디의 점유율은 17%에서 14%로 하락했다. 또 사우디는 한국과 대만 태국, 몇몇 서유럽 시장에서도 시장을 잃고 있다고 FGE는 지적했다.

사우디는 지난 2014년 말 원유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당시 산유량 동결을 결정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촉발돼 국제유가가 붕괴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이라크 등 다른 산유국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사우디의 전략은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다.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애널리스트는 “사우디는 원유를 판매하기에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다”며 “경쟁국들이 매우 혼잡한 시장에서 아주 공격적인 방법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우디는 지난달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일부 산유국과 함께 생산량을 1월 수준으로 동결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들 산유국이 최종 합의에 이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국제유가는 연초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가 이달 들어 크게 회복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40달러 선을 오가고 있어 지난 2014년 중반 고점인 배럴당 115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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