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하는 게스트하우스 ‘멍집’
#2014년 2월 조금 특별한 건축주가 사무실을 방문했다. 30대 초중반 결혼 2년차,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서울을 벗어나 산 적이 없었던 건축주 부부는 귀촌을 꿈꾸고 있었다. 많은 젊은 부부들이 그렇듯이 건축주 부부의 결혼생활도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빚에서 시작했고, 아기가 태어나고 큰 집이 필요해지면 더 큰 빚을 지게 되는 악순환의 굴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었다. 부부는 그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해 홀로 사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과감히 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천혜의 입지조건과 독특한 콘셉트의 만남=그들이 자리 잡은 마을의 이름은 ‘소원면 파도리’. 동화 속에나 나오는 예쁜 이름의 충남 태안의 바닷가 마을로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은 집은 독특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집과 함께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짓는 것이었는데 그 게스트하우스가 좀 특별하게도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콘셉트를 담고 있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런 요소들에 건축주와 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 진행 합의는 곧바로 이뤄졌고 계획은 빠르게 진행됐다. ‘멍집’이라는 프로젝트명이자 후에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이 된 호칭도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주에게 제안했다.
반려견 게스트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을 위해 조금 특별한 시설들이 필요했다. 그중 건축적으로 가장 큰 숙제를 던져준 것은 운동장이었다. 반려견과 함께 휴양 온 여행객이 본인의 반려견들과, 다른 손님들의 반려견들과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장소가 꼭 필요했다. 정작 건축이 이뤄질 대지는 심한 경사지인 데다가 게스트하우스와 단독주택이라는 두 개의 프로그램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제한된 예산이 맞물리면서 쉽지 않은 숙제가 됐다. 하지만 운동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석축 기단을 만들어 되도록 평평한 땅을 우선 조성하기로 했고 이곳에 든 공사비 만큼을 본채에서 줄여 가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최종안은 본래 별채로 가기로 했던 게스트하우스와 본채를 하나의 몸체로 만들어 경사지에 1, 2층으로 나눠 쌓는 것이었다.
게스트하우스와 개인주택이 위아래로 위치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서로간의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층 주택부를 어머님의 별채와 부부의 본채로 나눠 이동시키고 축을 틀어가면서 아래층 게스트하우스 매스와 겹치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겹쳐지는 부분에는 각 층의 공용공간을 위치시켜 서로 최소한의 양해를 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개인주택부의 보안 문제도 있었는데 이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외부로 빼 접근동선을 집 뒤로 길게 돌아가도록 하면서 해결했다. 이로 인해 집에 들어가기까지의 시각적 즐거움도 선사하게 됐다. 계단을 올라가 뒷마당을 통해 대문 앞에 다다르기까지 막혀 있던 시야가 대문을 열고 중정으로 들어서면서 경사지 아래 마을 전경을 맞이하며 한 번에 트이게 되면서 전원생활의 기쁨을 자주 상기할 수 있도록 했다.
◇반려견 배려한 특별한 설계=게스트하우스 곳곳에는 반려견들을 위한 배려가 담겨 있다. 우선 운동장이 석축 위에 위치하면서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동장 둘레에는 데크를 설치해 고객들의 속도를 줄이고, 펜스는 새로 부재만을 이용해 따로 디자인해서 반려견들이 타고 오르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게스트하우스는 별도의 내부 복도 없이 각 객실과 공용식당을 운동장에서 각각 직접 출입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반려견들이 집 내외부를 자유롭게 오가며 즐길 수 있도록 그리고 여행객들은 편안히 쉬면서 그것을 지켜볼 수 있게 하려는 배려였다.
이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게스트하우스 전체의 바닥마감은 포세린타일을 이용하고 머무는 공간은 침상을 제작해 한단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반려견이 드나들 때마다 발을 닦이거나 하지 않고 조금 더 편하게 놀 수 있게 해주려는 시도였다. 또한 반려견들이 너무 덥거나 뜨겁게 느끼지 않도록 바닥난방 대신 공조 방식을 채택해 바닥은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창문은 바닥까지 닿아있는 구조인데 이는 반려견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디자인이었다.
제한된 예산과 바닷가에 위치해 쉽게 염해를 입을 수 있는 환경은 멍집의 재료선정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여러가지 연구 끝에 채택한 재료는 시멘트 사이딩과 아스팔트 슁글 지붕재였는데 염해도 입지 않고 유지관리가 쉽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라는 점에서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히들 갖고 있는 이 재료들에 대한 편견이 문제였는데 오히려 몇 가지 디테일들을 연구해 이 재료의 장점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과감하게 채택하기에 이른다. 시멘트 사이딩 외장을 다소 흔하게 느껴지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재료 끝단과 창호 부분의 트림재라고 생각했고 이 부분의 디테일을 시공사와 함께 연구해 나가며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또한 경량 목구조의 특성상 반드시 필요한 지붕의 환기를 위해 생기는 디테일들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리섬유 계통의 단열재 대신 폴리우레탄 폼 계열의 단열재를 적용해 발상의 전환을 이뤄냈다. 이런 시도들이 어우러져 최종적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이지만 하나로 통일되어 보이는 벽체와 지붕의 매스감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내부 프로그램 그대로 3등분되어 보이는 기본 매스 분절 개념도 유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