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암매장 30대 아버지…20대 女공무원의 '작은 관심'에 전모 드러나

입력 2016-03-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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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충북 진천군 백곡면 야산 중턱에서 안모(38)씨가 5년 전 4살배기 딸을 암매장한 장소를 경찰과 찾고 있다. (연합뉴스)

청주 4살 딸 암매장 30대 아버지 사건은 작은 의문을 지나치지 않은 20대 여성 공무원의 관심에서 시작돼 5년 만에 전말이 세상에 드러났다.

19일 관련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청주의 한 동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A(28)씨가 숨진 안모 양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이틀 전인 17일이었다.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해온 A씨는 그날 오후 5시 40분께 청주 모 초등학교로부터 미취학 아동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2014년 3월 취학했어야 할 안 양이 3년째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는 의미다. 학교측은 이제껏 정원외 관리 학생으로 분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딸 소재를 묻는 교사의 질문에 안 양의 30대 아버지는 "외가에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 들은 A씨는 불현듯 의심이 들었다. 취학 시기를 3년이나 넘긴 아이가 외가에 그냥 있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A씨는 수소문 끝에 안 양의 외갓집에 연락이 닿았다. 순간 의심은 더 큰 의심으로 번져갔다. 외가에서는 안 양이 살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A씨는 이 사실을 곧바로 학교에 알렸다. 안양의 행방을 묻는 교사의 질문에 안양의 계부(38)는 "경기도 평택의 한 고아원에 버리고 왔다"는 말로 다시 둘러댔다.

동시에 범상치 않은 일이라는 직감이 들었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학생의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학모가 상담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한 매뉴얼을 따른 것이다.

A씨는 "보통 미취학 아동이 있어 가정방문을 해야 할 때는 담당 교사와 사회복지 공무원이 동행하는데 이번에는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들어 경찰과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했다"고 전했다.

집을 찾아온 A씨와 교사, 경찰관이 딸의 소재를 묻는데도 안 양의 부모는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거짓말로 일관했다.

이 거짓말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 뒤인 지난 18일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귀가한 어머니 한모(36)씨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전모가 밝혀졌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19일 안 양의 계부를 집중 추궁해 5년 전 숨진 딸의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안 양이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진천 야산을 수색하고 있지만, 아직 시신은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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