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주택연금과 상속, 그리고 '효'

입력 2016-03-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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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한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 팀장

최근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들의 생활문제 해결과 가계부채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정부가 주택연금 신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고, 국민도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주택금융공사가 2007년 7월 주택연금 상품을 출시한 이후 해마다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택연금 가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효에 대한 관념과 주택 상속에 대한 인식이다.

산업화시대 최일선에서 열심히 일하신 우리 부모님들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지금까지의 힘들었던 삶을 대변하는 깊게 파인 주름과 자식들의 출가 후 노부부를 위한 작은 집 한 채뿐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어렵사리 마련한 집에 대한 애정이 크다. 또한 돌아가신 후 자식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물려주시려고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어찌 내 잘 살려고 집을 은행에 잡히나. 우리 애들 위신도 생각해야지”라며 주택연금 가입을 망설이곤 하신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모 스스로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자녀 세대의 인식이 2008년 11.9%에서 2014년 16.6%로 높아지고 있다. 또 경제적 불황으로 인한 지금의 심각한 청년 빈곤을 감안하면 자식들의 부모 봉양을 당연시하는 효의 관념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서울의 경우 집에 대한 상속 의사가 2008년 86.5%에서 2014년 70.2%로 낮아졌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집 한 채만 남은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시는 안타까운 모습, 이제 집은 단지 주거만이 아닌 노인생활을 위한 수단인 것이다.

필자는 한번씩 어머님께서 주변 분을 위로하며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형님, 내 주머니 돈이 효자 자식보다 나아요.” 지금의 현실을 잘 반영한 말이 아닐까 싶다. 낡은 내복을 기우시던 어머님의 모습을 생각하며 언제나 다시 뵐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눈시울을 적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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