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28년 만의 단편소설 ‘만각스님’ 발표

입력 2016-02-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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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황석영. (뉴시스)

소설가 황석영(73)이 계간 ‘창작과비평’ 2016년 봄호에 단편소설 ‘만각스님’을 발표했다.

24일 출간한 ‘창작과비평’ 창간 50년 기념호에 실린 ‘만각스님’은 황석영이 28년 만에 쓰는 단편이다. 그는 지난 1988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단편소설 ‘열애’를 발표한 뒤 ‘오래된 정원’, ‘손님’ 등 장편을 집필했다.

소설은 5·18 민주화운동 이후,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에 격추된 1983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았다. 주인공인 소설가 ‘나’는 10년간 미뤄온 연재소설을 마무리하기 위해 전남 담양의 호국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늦을 만(晩)’과 ‘깨달을 각(覺)’을 법명으로 쓰는 만각스님을 만난다. 만각스님은 “말 그대로 늦깎이라는 소리지라. 사십 넘어서 중이 되었은께”라고 덤덤히 자신의 법명으로 소개하는 인물이다.

사실 만각스님은 황석영의 장편소설에 등장한 바 있다. 황석영의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에서 여주인공 한윤희는 “나는 언젠가 당신이 해준 귀신 이야기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라며 오현우가 들려준 이야기를 적는다. 이때 오현우가 제대하고 공부를 하기 위해 찾아간 절이 바로 ‘호국사’다.

‘오래된 정원’의 오현우는 호국사에서 만각스님이 들려준 귀신이야기와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귀신들마저 패가 갈린 국토의 아픔을 느낀다. 단편소설 ‘만각스님’은 ‘오래된 정원’에서 언급했던 이야기를 만각스님을 중심으로 소설가인 주인공이 서술하는 방식으로 더 자세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래된 정원’에서 만각스님은 전쟁 때 주로 지리산, 백양산, 불갑산 인근에서 공비토벌을 하다 상사로 제대한 뒤 3번의 상처(喪妻)를 경험하고 자식 둘을 속세에 남겨둔 채 머리를 깎은 인물로 묘사된다. 단편 ‘만각스님’에서도 설정은 이어진다. 그는 경찰로 근무하며 불갑산 공비토벌로 훈장을 받고 경사까지 근무한 뒤 두 번의 상처를 겪고 중이 됐다. 황석영은 만각스님의 배경을 세밀하게 만들고 복실이 등을 통해 이야기를 엮어 갔다.

만각스님이 성대한 현충일 행사를 치른 뒤 절집 식구들과 함께 빨치산, 민간인의 위령제를 지내는 것으로 소설을 마무리된다. 작가는 “나는 스님의 법명이 자기에게 꼭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디 그이뿐이랴. 사람살이란 언제나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의 반복이 아니던가”라고 끝을 맺어 깊은 울림을 준다.

‘만각스님’은 황석영 작가의 자전적 소설 성격이 강하다. 주인공이 소설가인 것과 연재 중인 모습 등 1980년대 역사소설 ‘장길산’을 연재중이던 작가를 생각나게 한다. 문인 동료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이 불교계의 이면을 보여준 소설 ‘목탁조’를 집필한 뒤 파계 환속 당한 일이 언급된다. 또 김성동이 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아들인 원경 스님과 함께 김지하 시인을 만나러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연 등이 묘사됐다.

한편, 고은, 황동규, 정현종 시인 등도 신작시를 ‘창작과비평’ 50주년 기념호에 실었다. 고은 시인은 3연 10행짜리 짧은 시 ‘신발 한 켤레’, 황동규 시인은 ‘마지막 시신경’, 정현종 시인은 ‘강풍이 불면’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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