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어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데자뷔?… 닮은 듯 다른 2016 증시

입력 2016-01-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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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中 경기둔화 리스크에 코스피 31일째 외국인 순매도 2008년과 닮아… 中위안화 급락에도 외환보유 유지에 전문가 “금융위기와 달라” 의견

연초부터 국내 증시에 드리운 ‘중국발 쇼크’ 먹구름이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이어진 증시 폭락이 반복되는 모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위기감에 휩싸이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에서 비롯된 ‘G2 리스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고 이와 관련된 신흥국 경기 악화마저 맞물리면서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유가는 12년 만에 20달러대에 진입했고, 중국 인민은행의 공격적 역외 외환시장 개입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위안화 가치는 다시 하락했다.

올해 들어 2주간 글로벌 증시는 동반 급락을 기록했다. 선진국 증시가 급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이 시작된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마저 커지며 유동성 모멘텀과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가 동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발표된 미국 12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기준선 50을 밑돌았고, 지난 주말 발표된 12월 전 산업 생산 증가율도 리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존 전망과 정반대로 순환적 둔화 추세를 밑도는 신호를 보내면서 주가 하락이 심화하고 있고, 이는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증시 전반으로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 세계 시가총액은 57조6281억 달러로 올해 들어 2주 만에 10.12%, 금액으로는 6조6913억 달러(약 8097조원) 감소했다. 현 시가총액은 2013년 9월 이후 최저치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최장 기간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도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사실상 3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나타내 수급부담을 가중시켰다. 과거 외국인 연속 순매도가 가장 길게 이어졌던 2008년 33거래일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하지만, 이번 중국발 쇼크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연결짓는 움직임은 지나친 불안감 확장이란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먼저 글로벌 은행 시스템의 구체적인 부실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모기지 업계 줄도산으로 이어지며 세계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면, 현재 중국발 쇼크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일 뿐 중국은행의 부실이 현실화되지는 않았다는 차이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 급락이 러시아나 브라질 통화처럼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이 역외 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지만, 외환 보유액 감소폭은 크지 않다”면서 “지난해만 해도 600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고 중국 국내로 들어온 순해외 직접투자가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외국자금이 유출됐지만 그중 3분의 2가량을 방어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달러가치 강세 기조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락은 2008년보다 부정적이지만 펀더멘털이 당시와 비교해 외환 보유액은 1300억달러 늘었고, 지난해 경상수지가 98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화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상재 팀장은 “현재 상황은 2008년은 물론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보다 나은 수준으로 지난해 8월 나타난 코스피 급락 패턴과 유사하다”면서 “1800선이 코스피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문제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남아 있었던 2008년과 달리, 지금은 실물경제 침체를 맞닥뜨렸을 때 글로벌 중앙은행이 내놓을 만한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미국 연준의 경우 금리인상 사이클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겠지만 당장 양적완화와 같은 또 다른 부양책을 실시할 수 없고,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 역시 단기적으로 추가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ECB는 지난해 12월 이미 추가 부양책을 실시했고,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당장은 추가 완화정책을 시행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나 통화당국이 추가 금리 혹은 지준율 인하에 나설 수는 있지만 위안화 가치가 안정을 찾기 이전까지는 이마저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박상현 상무는 “선진국과 중국 통화당국이 금융시장 불안에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카드를 쥐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금융시장 불안이 단기적으로 지속할 여지가 높다는 뜻”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유가가 바닥 수준에 도달했다는 심리가 확산하거나 위안화가 안정된 후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실시해야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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