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유가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11년 9개월 만에 배럴당 20달러 대로 떨어졌다.
7일 오전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29.40달러로 전날보다 1.60달러 떨어졌다. 중국 경제 부진 등으로 인한 수요 부족과 중동 국가를 비롯한 산유국의 공급 과잉이 지속된 영향이다.
유가 하락은 소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반면 산유국의 정정 불안으로 이어진다. 투자 심리 악화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금융 시장에서 혼란의 주범이다.
앞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장의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한때 33.77달러로 2009년 2월 중순 이후 약 6년 11개월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북반구의 온난화로 석유 제품 수요가 둔하다”며 “이날 발표된 미국 주간 석유 통계에서 휘발유 등 석유 제품 재고가 크게 늘어나 휘발유 소비 확대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유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이란은 미국 유럽 등 서방 세계로부터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원유 수출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사우디와의 시장 점유율 싸움이 한층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기능 부전에 빠져 감산을 위한 합의는 더 요원해진다는 관측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는 재료다.
미국에서도 원유 수출 금리가 40년 만에 해제되고, 이후에는 유럽과 아시아에 미국산 셰일오일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경쟁하는 아프리카산의 공급 과잉이 심해져 아시아의 기준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강해지고 있다.
두바이유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영국의 북해산 브렌트유, 미국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함께 세계 3대 유종으로 꼽힌다. 보통 한국 시간으로 오후에 현물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새벽에 가격이 결정되는 브렌트유나 WTI보다 가격이 하루 늦게 반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