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2위 대우證 안은 미래에셋, 국내 증권업계 해외진출 자극제로…국제무대선 아직 중소형사 규모 대형화·전문화로 경쟁력 확보해야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여의도 증권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구조조정과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맞이하려는 노력이 거세다. 특히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먹거리 경쟁이 한계상황에 부닥친 만큼 중장기적인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선봉에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있다. 박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대우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 증권업계 판도를 확 바꿨다.
자기자본 규모에서 업계 4위인 미래에셋증권이 2위인 대우증권을 안으면 자기자본 7조8000억원의 거대 증권사로 변신한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던 NH투자증권(4조6044억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게 된다. 대우증권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양사를 독립적인 상태로 유지하면서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투트랙으로 운영, 통합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모든 조직과 사명, 기업이미지(CI) 등을 통합해 뉴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관리 역량과 해외 네트워크, 대우증권의 투자은행(IB) 경쟁력을 결합해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한국증권산업은 너무 뒤처져 있습니다. 패배주의에도 빠져 있습니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안정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과거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과거 그림 속에 있으니 미래가 안 보이는 거죠.” 박현주 회장이 글로벌 IB업계로 도약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던진 말이다.
물론 미래에셋을 포함한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IB로 성장하려면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을 합쳐도 자기자본이 91조원에 이르는 골드만삭스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의 노무라증권(28조원), 다이와증권(14조원), 중국 중신증권(18조원) 등에 비해서도 아직 중소형사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IB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오랜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려면 더 많은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박 회장의 글로벌 IB 도약 천명이 다른 증권사들의 글로벌 도약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로 지정된 곳은 NH투자증권(4조6044억원), KDB대우증권(4조2581억원), 삼성증권(3조5705억원), 한국투자증권(3조2580억원), 현대증권(3조2100억원) 등 5곳이다.
여기에 신한금융투자(2조4334억원), 하나금융투자(1조7169억원), 메리츠종금증권(약 1조7000억원), 대신증권(1조6554억원) 등도 중장기적으로 대형IB 도약을 꿈꾸고 있다.
대우증권 인수를 노렸던 한국투자증권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패 이후 “글로벌 IB 기회가 늦춰져 아쉽지만 큰 꿈을 품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포화한 국내 시장을 넘어 아시아 각국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실질적 금융파워를 가진 글로벌 IB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글로벌 IB를 목표로 두는 만큼 증권사 간 인수합병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인수합병이나 증자를 선택할 수 있는데, 증자로 덩치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는 증권가 빅뱅의 신호탄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과열 경쟁을 벌이는 증권사들이 대형화와 전문화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몸집을 키워 글로벌 무대로 나서야 할 증권사와 한 차원 높은 자산관리(WM)에 특화해야 할 증권사가 차별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