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빅2’ 포드, 구글 하청업체로 전락하나…전세 역전하는 자동차-IT 업계

입력 2015-12-24 09:24수정 2015-12-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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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업계 빅2인 포드자동차와 인터넷 공룡 구글의 제휴설이 불거지면서 자동차와 IT 산업의 판세가 역전되는 이변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는 22일(현지시간) 구글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의 생산 위탁 방안에 대해 포드와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사의 제휴는 이르면 내달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대로라면 포드는 구글이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와 생산 제휴를 맺는 첫 사례가 된다. 양사는 공동으로 특수목적 회사를 설립, 자율주행차 전용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개발은 구글이 맡고, 생산은 포드가 담당하는 등 역할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글과 손을 잡기로 한 포드의 결정이 포드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구글과 포드의 자율주행시스템 기술력 차이가 커서 자칫 구글과의 제휴에서 포드가 자동차 개발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의 선두주자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자동차를 202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지난 6월 소형 자율주행자동차 도로 주행 시험을 시작했다. 반면 포드는 완성차 업계의 자율주행차 후발업체에도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포드의 자체 개발 자율주행차 도로 주행 시험은 내년 1월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발 늦게 시작한 포드가 위기 의식을 갖고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부분 강화를 위해 구글과 손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구글로서는 포드와의 제휴는 ‘무조건’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구글은 그간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생산까지 담당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며 그간 포드는 물론 미국과 유럽의 유명 완성차 업체와 협력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완성차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생산 설비 투자 없이 자율주행차 생산·판매에 나서겠다는 의도였다. 포드와 제휴하면 구글은 포드의 생산력은 물론 전 세계 영업망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판매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양사의 제휴가 독점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구글과 포드와의 제휴는 아직 확정은 아니며 다른 회사와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다른 업체와도 제휴하게 되면 포드가 독점 공급 업체 지위를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사는 현재 제휴 보도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거만하지 않다”며 “우리에겐 제휴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제휴를 상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일부였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역전돼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가 IT 업체의 하청업체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다.

한편 포드는 구글 자율주행차 생산에서 물리적, 인적으로 이미 깊숙이 관련을 맺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토타입 100대를 디트로이트 루쉬가 생산했는데, 루쉬는 포드와 관련이 깊은 회사로 알려졌다. 구글은 지난해 2명의 포드 출신 임원을 영입했다. 지난해 7월에 포드 CEO 자리에서 물러난 앨런 멀럴리가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 이사로 합류했다. 포드에서 14년간 근무하고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 대표를 지낸 존 크래프칙은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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